집단분쟁조정의 첫 대상인 아파트 새시 관련 분쟁 조정이 '손해 배상'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50인 이상의 소비자는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을 신청하고 균등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그동안 기업과의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유선방송 식품 이동통신 등 수만명의 소비자와 관련된 '대형 분쟁'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고,자칫 분쟁조정 신청이 남용될 경우 기업에 또다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충북 청원 W아파트 새시 관련 분쟁에 대해 14일간 공고를 통한 추가 피해자 모집,피해자 대표 선정,해당 기업의 의견 청취와 사실 확인 등을 거쳐 손해 배상이라는 최종 조정안을 마련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일부 자재 누락은 하자로 볼 수 없다며 하자 책임은 묻지 않았지만 시방서 미준수,품질 점검 소흘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집단분쟁에 휘말린 기업은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분쟁조정안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조정위 결정 사안에 불복하면 소비자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소비자원의 '소송지원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낼 수 있다.

내년부터 소비자단체 소송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소비자의 대응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지난 3월 말부터 시행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다수와 관련된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야 했다.

그러나 소액 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관련 비용도 만만찮아 실제 소송으로 가는 사례는 드물었다.

피해구제 방안에 합의하더라도 분쟁이나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만 보상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동일한 종류의 피해를 본 다수의 소비자가 서로 뭉쳐 대응하기 때문에 단체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불량품을 줄이고 소비자 불만 최소화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제도가 활성화되면 소비자 권익 보호는 물론 기업의 생산 및 품질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의 물품이나 서비스가 집단분쟁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면 수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월 말 소비자기본법 시행 이후 소비자원에 접수된 집단분쟁조정 상담 건수 대부분은 아파트 하자보수일 만큼 아파트 공사 관련 조정 신청건이 많다.

하지만 휴대폰 건강식품 자동차 여행 등 동일 제품의 사용자가 많은 분야로 분쟁조정 신청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단분쟁조정 대상이 된 기업은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사전적인 피해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보상 의지가 있는 기업이 집단분쟁조정 대상이 돼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