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반등 국면에 들어섰던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0일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크게 흔들린 증시는 이번 주 미국과 중국의 연이은 주요 경기지표 발표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등으로 인해 출렁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2중 바닥의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크며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변동성 커지는 증시

향후 증시는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잇달아 예정돼 있어 지수가 큰 폭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11일에는 중국 소비자물가가 부각될 전망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8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일 발표치가 이를 초과할 경우 중국 정부의 추가 긴축조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선물·옵션 동시만기로 인해 지수의 큰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사상 최대인 5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잔액의 청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 1조∼2조원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미국 경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8월 소비판매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악화된 지표가 나오더라도 미국의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효과가 있어 고용지표 발표만큼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증시의 변동폭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20일 한국 증시의 FTSE 편입 여부 발표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0.25∼0.5%포인트 내릴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FTSE 편입이 확정될 경우 국내 증시로 약 175억달러가 순유입되고 조선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와 선진국지수 진입이 무산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800선 아래서는 매수' vs '좀더 기다려야'

향후 투자전략과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800선 지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시적으로 1800 이하로 내려갈 수 있지만 금방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제지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상당히 낮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를 거치며 우리 증시의 투자매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좋은 매수시기가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긴축정책과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고점과 저점이 각각 1900과 1630으로 확인됐다"며 "1800선 이하에서는 매수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탄탄한 기업실적을 꼽았다.

반대로 당분간은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확인할 대외변수가 많은 상황이어서 시장은 기간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까지로 기간을 넓혀 철강 건설 보험 등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도 "지난번에는 유동성 우려로 헤지펀드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펀더멘털 불안감이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지난번과 비슷한 수준으로 2중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큰 박스권 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스권은 최근 저점인 1640에서 2000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태완/백광엽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