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소규모 건설업자 김상진씨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활용해 뭉칫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PF 실태 및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지방건설사가 잇따라 부도나면 부동산 PF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부실화로 이어져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PF가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건설 사업을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때는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돼 금융시장 혼란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토지 등 부동산 거래대금의 10%인 계약금만 내면 PF 대출을 해주는 것이 관행이어서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중소 시행사에 PF 대출을 경쟁적으로 해 준 금융사들은 그만큼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PF는 금융회사가 건설업자들에게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미래에 발생할 수익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는 대출이다.

김씨가 부산 연산8동 재개발과 민락동 놀이공원 재개발에 활용한 브리지론(Bridge Loan)도 PF의 한 형태이다.

브리지론은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빌려 쓰는 단기자금이다.

사업 인허가나 은행 대출심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PF가 이뤄지기 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브리지론은 대개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이 취급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건설 시행사에 초기 토지 매입자금에 대해 6개월이나 1년 만기로 토지 매입 계약금이나 잔금을 빌려준다.

이 대가로 만기 때까지의 모든 이자와 별도의 수수료를 대출과 동시에 미리 받는다.

시행사들은 자금력과 담보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10%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시행사들은 분양 사업 인허가를 받으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2금융권 대출을 갚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의 분양 사업이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 일어난다.

특히 PF 대출 중 저축은행이 주로 하는 토지 계약금 대출은 담보물이 없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위험하다.

또 토지 잔금 대출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나대지가 담보물인 경우가 많아 담보 가치가 떨어진다.

금융회사들은 이때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지만 낙찰률이 50%를 밑돌 때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대형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PF 대출을 한다.

부동산 경기가 기울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은행들을 통해 이런 PF를 이용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창건설이 부도처리된 이후 올 들어 한승종합건설 신일 세종건설 등 4개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았다.

시공능력 평가 191위인 세종건설이 진행하던 공사에 10개 저축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정도로 저축은행들은 PF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04년 12월 말 3조4816억원이었던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지난해 말 11조2660억원으로 7조7844억원(223%)이나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1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로 5.8%였던 6개월 전에 비해 4.5%포인트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F 대출은 이자와 수수료를 선취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대출 만기 전에는 연체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연체율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7월 3개 사업장을 자율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해 채무 재조정 작업에 착수하는 등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