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운용체계 개편안의 밑그림이 나왔다.

핵심은 △기금 운용업무의 민간 이양 △기금운용공사 신설 △기금 분할 운용 방안 추진 등 세 가지다.

이번 방안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개선해 수익성은 확실히 높아질 수 있겠으나 책임질 주체가 없어져 부실 운용 가능성이 커졌고,민간위원들이 국회나 정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실적(수익률) 위주로 자산을 운용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기금운용서 정부 손 뗀다

거대 기금 운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 부처가 손을 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위원 7명으로 새로 채우기로 했다.

공사도 그때쯤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복지부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기금 운용 정책 수립과 의결,집행,결산 업무가 모두 민간에 이양되는 셈이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금운용위 위원들에 대한 인사권도 추천위원회로 넘기기로 했다.

관계 부처 공무원 5명과 가입자 대표 3인,공익대표 3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위원들을 추천하면 국무총리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기금운용공사 사장도 기금운용위 소속 사장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아 국무총리가 제청하고,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공사 임원들은 사장이 인명권을 갖게 해 자율성을 보장키로 했다.

정부는 다만,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에 가끔 참석해 정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들어놨다.

복지부 장관은 회의 참석 전에 가칭 관계부처협의체에서 재경부·예산처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국무조정실장의 의견을 모으게 된다.

또 기금운용위와 기금운용공사 업무에 대해서도 감사원과 국회를 통해 계속 감사를 실시하고 경영공시 등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기금 운용에서는 손을 떼게 되지만 보험료율이나 급여율 조정 등 기타 국민연금 업무는 계속 담당하게 된다.


◆독립·자율성 뒷받침돼야

문제는 기금 운용을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켰을 때의 부작용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보험팀장은 "기금 운용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긴 하지만 단번에 기금을 정부로부터 떼내는 것은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의 독립문제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민간위원들이 소신을 갖고 기금을 운용할 만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다.

윤 팀장은 "국회나 정부가 기금운용위의 수익률을 트집잡아 몰아붙일 경우 민간위원들이 단기 실적 위주로 나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장기 안정투자가 생명인 기금 운용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금 전문가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기금의 운용이 다른 수많은 위원회들과 같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 맡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부처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기금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 맡기기보다는 차선책을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