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크래머 < 美스탠퍼드대 로스쿨 학장 >

한국이 대학원 3년 과정 로스쿨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에서도 대단한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자가 얼마 전 한국을 여행했을 때 한국에서 로스쿨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을 들었지만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변화는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어느 정도의 걱정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

그 걱정의 상당 부분은 미국식 로스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데서 생기는 것 같다.

훌륭한 법률가가 되려면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한다.

위대한 법률가가 되는 것은 더 어렵다.

법률 지식은 필수지만 충분치 않다.

법률가답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법률적 쟁점을 파악해서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법률적인 대안(代案)을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이든 기술이든 사회봉사든,수요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본질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과 인간생활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추상적인 법원칙을 실제 상황에 윤리적이고 정의와 공정성이 실현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교육과정도 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 없으며 법률가는 항상 현장 경험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법학교육기관의 어려운 임무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로스쿨 신입생들에게는 법학의 기초적인 원리들을 가르쳐야 하지만 3년 내내 법률 원칙을 가르치는 것은 어리석고 낭비적인 처사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일단 법률가답게 사고하는 방법을 습득하면 실무에서 법률 문제들을 접하면서 법원칙에 대한 학습은 스스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미국 로스쿨에서는 1학년 학생들에게 미국의 법제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원칙들을,그것을 법률가답게 다뤄나가는 방법과 함께 가르치는 데 진력(盡力)한다.

법학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1학년 과정을 학생들이 그들 나름의 예술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데 활용한다.

우리의 교육 목표는 학생들을 암기와 기계적 학습에서 해방시키고 법률은 확정된 규칙으로 이루어진 고정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위대한 미국의 법률가 올리버 웬델 홈즈가 말했듯이 법률의 생명력은 언제나 논리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법률가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법률가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법률가는 법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야 하고,법제도가 어떻게 그들로 하여금 사회를 진보시키는 원칙을 만들 여지를 제공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멋진 지적 능력이고 우리는 그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미국의 법률가들이 전세계를 다니면서 어떤 법 시스템 안에서도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식의 법학 교육제도는 세계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화에 대한 필연적인 대응방식인 것이다.

전세계적인 상호의존이 심화될수록 우리는 법률의 작동 원리를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법률가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1학년 때 이렇게 기초를 쌓은 후에 2,3년 차에는 비법률가들과 일하는 데 필요한 분야를 추가로 접하게 된다.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학생은 회계와 재무를,특허법에 관심 있는 학생은 공학이나 생물학을 공부한다.

나아가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실험교육인 클리닉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것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부나 민간에서 직업 생활의 일부나 전부를 공익활동에 바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을 배운다.

미국의 법학교육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제도는 어떤 환경 하에서도 생산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다이내믹한 법률가를 양성한다.

한국에서의 제도 변화는 그러한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연 것이다.

기존의 4년 학부과정을 새 포맷에 짜 넣으려 시도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3년제 대학원 교육은 다른 것이고,또 달라야 한다.

그 과정은 지금의 것보다 나은 것이고 나아야만 한다.

한국이 새로운 가능성을 과감하게 포용하려고 하는 한에서만 그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