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익 노리고 투자하면 위험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푸미흥.유럽의 주택 밀집 지역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늘어나는 외국인 거주자들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다.

고급 빌라와 아파트 사이로 프랑스계 병원,호주계 대학 등이 자리잡았다.

단지 중심부에 위치한 코코부동산의 쭉 리씨는 "거주자의 80%는 외국인이고,그 중 50%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30평 규모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한 달에 1200달러.조그마한 정원이 딸린 빌라의 한 달 집세는 2500달러에서 4000달러에 이른다.

2006년 국내총생산(GDP)이 615억달러인 베트남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것은 집값뿐만이 아니다.

하노이나 호찌민 시내에 사무실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 때문이다.

호찌민의 대표적 오피스 빌딩인 다이아몬드플라자의 이왕걸 사장은 "수요가 폭증하면서 사무실 임대료가 올 들어서만 30%가량 올랐다"며 "이미 입주한 업체들 중에서도 공간을 늘리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회사가 4∼5개나 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건설 투자로 땅값도 급등했다.

한국 내 건설경기가 위축되자 시행사만 200여개가 들어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다.

김영웅 KOTRA 하노이 무역관장은 "얼마 전 한국의 한 증권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 입찰에서 낙찰받았는데,2위 업체보다 11배나 높은 가격을 써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도 과열되기는 마찬가지.지난해 1년 동안만 종합주가지수가 144%나 올랐다.

2005년 5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지금은 18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지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은 자본시장이 태동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지만,현지 민간 기업들의 현재 가치에 비해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설명.

미래에셋 하노이지점의 소진욱 팀장은 "기업 탐방을 다녀보면 잠재력 있는 핵심 사업을 키우는 대신 다른 회사가 돈을 벌었다는 사업에 뛰어들겠다며 정관을 수시로 바꾸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며 "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