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연구가 짐 콜린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통해 새로운 기업모델을 제시했다.

콜린스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15년 동안 시장 평균 이하의 누적수익률을 보이다가 이후 15년 동안 시장평균의 3배 이상의 성과를 보인 회사들을 위대한(great) 기업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규율(discipline)이다.

지켜야 할 규율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그 규율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회사가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기업의 경우는 상식과는 달리 한 사람의 획기적인 결정이나,시장을 단숨에 장악하는 혁신 또는 대단한 행운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위대한 기업을 지향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는 의문이다.

하루 아침에 기술이 바뀌고 고객들의 입맛이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며 세계의 모든 상품을 소비자 스스로 찾아서 살 수 있는 이 역동적인 시대에 과연 위대한 기업 모델은 통할수 있을까.

게다가 고객들은 이제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으로 물건을 고르고,직접 참여하기까지 원한다.

감성과 참여의 코드를 가장 잘 잡은 모델이 바로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이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면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 주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라즈 시소디아 교수 등이 주장했다.

시소디아 교수는 아무리 기술이 바뀌고 사람들의 기호가 변해도,많은 수의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회사'라면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 아래 연구를 진행했다.

프로젝트팀은 2년여에 걸친 심층인터뷰를 통해 '사랑받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었다.

아마존닷컴 BMW 구글 e베이 할리데이비슨 혼다 IKEA 존슨&존슨 사우스웨스트항공 스타벅스 도요타 UPS 등 28개 기업이 선정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사랑받는 기업' 리스트에 오른 업체들이 '위대한 기업'들보다 시장성과가 훨씬 좋았다는 점이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개념은 정말 상식적인 것이다.

연구원들은 인터뷰를 할 때 "그 회사가 사라지면 당신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길 정도로 당신이 사랑하는 회사는 어떤 업체인가?"를 물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회사를 갖고 있었다.

어떤 이는 "할리데이비슨이 망해 더 이상 그 회사 모터사이클을 탈 수 없다면 차라리 왼팔이 없는 게 낫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SPICE'를 잘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 주주(investor) 고객(customer) 그리고 종업원(empolyees)이다.

이들 집단에 고루 잘하는 기업이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요성은 경영자들이 잘 알고 있다.

고객들에겐 이미지가 좋지만 협력업체들엔 '저주'를 듣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가.

최근 방한 강연에서 '사랑받는 기업'을 소개한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교수(노스웨스턴대)는 "주주나 고객만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 활동의 초점을 맞추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