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 토요일이면 4000여명의 포스코 '철인(鐵人)'들이 전국 각지에서 바삐 움직인다.

포항과 광양, 서울 등 전국의 70여개 복지시설에서 벌어지는 '나눔의 토요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는 임직원은 연 인원 4만7000여명.전체 직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열혈 봉사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포스코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에 보낸 시간은 36만1732시간.한 사람당 14.6시간을 봉사활동에 투자한 셈이다.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색내기용'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영행위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관을 들여다 보면 짐작이 간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1996년 1월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 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를 통해 인류의 발전을 돕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 '함께 움직이는 세상'을 실현해야 합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늘상 "현대·기아차는 자동차를 통해 이윤을 얻는 만큼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자동차를 활용해야 한다"고 이같이 강조한다.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다는 건 총탄에 맞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을 한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먹구름이 낄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인은 절대 지탄받을 일을 해선 안 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사내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대기업 총수의 가슴 속 깊은 발언내용을 들어보면 사회공헌활동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업들마다 앞다퉈 사회공헌 전담 부서를 신설,창의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분초를 쪼개 쓰는 CEO들이 직접 참가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얼마 전 '지속성장기업의 조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보고서에서 CSR 활동을 환경경영,정도경영,사회공헌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연구소는 "기업의 CSR 활동은 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이기보다는 기업성과와 사회적 기여의 조화를 의미한다"며 "CSR는 기본적으로 기업성과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고 동시에 기업도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환경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5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두산환경경영정보시스템'을 전 계열사에서 통합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사적인 온라인 환경의사결정시스템으로,경영자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온라인 결재,데이터 활용·분석,환경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부가기능들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CSR는 '존경받는 기업'의 선정 기준이 될 뿐 아니라 매출,호감도,브랜드 파워,명성 등 유·무형자산 가치 증대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는 CSR 활동을 잘하는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는 사회적책임투자(SRI) 펀드의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5년 말 SRI시장 규모는 약 2조2900억달러 수준으로 1995년 말 대비 3.6배 확대됐으며 유럽 SRI 시장규모도 약 1조330억유로로 2003년 대비 3배 커졌다.

SRI 투자펀드가 확대되면서 CSR 활동을 평가하는 투자기법도 활성화하고 있고,앞으로 투자분석의 주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위경우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CSR 활동으로 기업이미지 제고는 물론 재무성과와 경쟁력을 높이고,다시 CSR 활동 여력을 키우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이제 'CSR 경영'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