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은 제법 어른스러운데 중1은 마냥 어리다고 한다.

중3과 고1,고3과 대학 새내기,대학 4학년생과 신입사원도 같은 얘기를 듣는다.

한 과정의 맨 위에 도달한 사람과 다음 단계의 출발점에 선 사람에 대한 외부의 시각 차이일 수도 있고 당사자의 마음과 태도가 만드는 실제 상황일 수도 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취업도 같다.

학창생활의 끝인 동시에 힘겨운 조직생활,불확실한 미래의 시작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피보호자 내지 혼자만의 생활을 끝내고 한 가정의 공동책임자가 되는 새 인생의 시작이다.

산 정상은 오르막의 끝이면서 내리막의 시작이다.

끝과 시작은 늘 이렇게 맞닿아 있다.

사는 일도 그렇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 하면 예기치 못한 복병이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행복 끝 고생 시작인가 싶으면 새옹지마라고 뜻밖에 새로운 삶의 기회가 기다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끝 아닌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비슷한 실수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신정아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및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던 중 신씨와 변양균 전(前)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발표가 나왔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변 전 실장의 낙마를 두고 "꼬리자르기다,사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설(說)도 그치지 않는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번 일이 어디까지 갈지는 알 길 없다.

그러나 정확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한 개인의 부적절한 처사로 덮으려 한다고 끝날 것 같진 않다.

문제의 핵심은 스캔들이 아니라 학력 위조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 여부,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이다.

드러난 내용이 있다면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대책을 내놓는 게 낫다.

그래야 온 국민을 의혹과 불신 더미에서 건져낼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개인의 권력형 비리라는 상투적 결론에서 벗어나 투명한 사회의 시작,보다 꼼꼼한 정부 검증시스템 확충의 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