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먼저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사회·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제도'만을 도입해 법률 시장과 괴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다나카 미키오 일본 변호사ㆍ49)

"한국 로펌들이 국제화를 앞당기지 않으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적인 외국계 대형 로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요."(정노중 모스크바 변호사ㆍ36)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하창우)가 설립 100주년을 맞아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변호사 3인방.이들이 격변기에 놓인 한국의 로펌과 법률 시장에 던지는 충고다.

특히 지난해 3월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 시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송무변호사 자격을 얻은 정노중 변호사는 "한국의 법률 시장이 개방돼 대형 외국 로펌들이 한국인 변호사를 채용하게 되면 이들이 한국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스크바만 해도 변호사가 8000명,기타 법률 사무 종사자가 2만명에 이르는데 현지 기업들의 컨설팅 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은 영·미계 대형 로펌들이 장악했다"며 "적어도 한국 로펌들은 러시아 등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제대로 지원할 만큼의 역량을 시급히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 대비해서는 "한국의 대형 로펌들이 소속 변호사를 해외 연수에 파견할 때 영국이나 미국 등 일부 특정 지역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2~3년만 러시아에서 언어를 익히고 시장을 분석해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모스크바연방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협력 증진에 대해 "한국 기업을 주 고객으로 편입하려는 모스크바 변호사들과 생소한 러시아 시장을 배우려는 한국 변호사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에 정통한 다나카 미키오 일본 변호사는 한국이 2009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로스쿨에 대해 간접적인 우려감을 나타냈다.

일부에서 일본의 로스쿨이 '실패'라고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다나카 변호사는 "미국은 기업 등에 사내 변호사가 많은 구조이지만 일본은 오랜 세월 법적 근거와 상관 없이 정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산업을 직접 지휘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예방해 왔다"며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일본이나 한국이나 법조인의 수가 많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정부 부처를 날렵하게 구조조정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을 보다 신뢰하면서 법조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이런 변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로스쿨을 일단 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크라만 나이르(Vikraman nairㆍ56) 인도 간디대학의 법과대학장은 "별도의 변호사 시험이 없는 인도에서는 법과대학에서 법정재판 과정 등 실무적인 교육을 이미 충실하게 하고 있다"며 법학 교육의 내실화를 주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