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넘치는 경영대 입학생 인문대 보다 더 줄여?"

서울대 경영대학 전공 중 인기가 있는 과목의 수강생은 1000명 선에 달한다.

경영학과 관련된 과목을 들어둬야 취업 등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 인문대 등 다른 단과대 학생들도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대학 전공과목의 인기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이 대학의 입학정원은 대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3년 200명에 달했던 경영대의 정원은 올 들어 130명으로 35% 줄었다.

당시 3900명이었던 전체 입학정원을 2006년 3263명으로 637명 줄이는 과정에서 경영대학이 총대를 맨 셈이다.

같은 기간 인문대학의 정원은 335명에서 268명으로 67명(24%) 줄어드는 데 그첬다.

서울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경영대학 입학 정원이 전체 정원의 40%에 이르지만 한국은 2~3%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경영대 학생 증원을 꺼낼 만한 분위기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의 정원감축 사업이 사회적인 수요나 특성화와는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률적으로 모든 대학이 1~2명씩 정원을 줄이는 방법을 쓰거나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약한 단과대학이 희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국·공립대학 입학정원의 15%를 감축키로 하고 지난해까지 7300명(2009년 목표의 60.8%)의 정원을 줄인 상태다.

사립대학의 경우 구조조정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방법으로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서울소재 S대학도 서울대와 비슷한 경우다.

이 대학은 2005년 648명이었던 문과대학 입학정원을 2006년 599명으로 49명 줄였다.

반면 경영대가 포함된 사회과학대학의 정원은 같은 기간 69명 감소했다.

사회적 수요를 감안한다면 인문대학 정원이 더 많이 줄어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된 셈이다.

K대학은 단과대학끼리의 다툼을 해결하지 못해 인문학부 2명,국제어문학부 2명,건축공학부 2명 등 일률적으로 2~3명씩의 정원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S대학 관계자는 "정원 감축은 학교 내에서도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라며 "교수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살점을 떼어 내는 듯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어느 전공의 정원을 줄일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숫자만 맞추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과 간 알력 때문에 스스로 정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사회의 수요를 연구하는 등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