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미국의 대학기금 운용 모델을 본따 펀드상품을 만들고 있고,이런 상품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웨슬리안 대학의 톰 캐남 최고투자책임자(CIOㆍ42)는 13일 "미 대학의 기금운용모델은 쿠웨이트의 국영자산운용사가 얼마 전 도입을 결정할 만큼 검증된 모델"이라며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캠브리지대도 1~2년 전부터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헤지펀드운용사인 벨스타그룹이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사립대 기금 운용 국제세미나'에 참석,미국 대학기금(Endowment)운용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고려대 연세대 등 17개 대학 재정관리 책임자들은 물론 연기금과 보험사의 CIO들도 참석해 미국 대학의 돈 굴리는 방법을 경청했다. 캐남 CIO는 1998년부터 웨슬리안대학의 기금 7억달러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1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캐남 CIO는 세미나에 앞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 대학기금 운용 모델이 성공한 비결을 △기간 △포트폴리오 △투자비중 등 3가지 측면에서 들려줬다. 우선 학교의 특성상 '운용하는 대학기금의 수명은 영원하다'는 전제 아래 장기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숲에 미리 투자해 7년 만에 고급원목을 생산,자금회수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투자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계속 다양화하는 동시에 투자자산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펀드 수익의 90%는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투자비중에서 나오는데 대부분 주식 종목을 고르는 데만 신경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은 물론 원유 원목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헤지펀드 PEF(사모펀드) 등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예일대의 경우 1980년대 중반만 해도 미국 주식이 포트폴리오의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20%도 채 안되며,그대신 헤지펀드가 30%를 차지하고 실물자산이 20%를 웃돌 만큼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남 CIO는 "요즘엔 부실자산과 인프라 그리고 해외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인도 중국 같은 이머징마켓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포스코에도 투자했다고 밝히고 양사를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높이 평가했다.

캐남 CIO는 펀드 규모가 클수록 더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더 좋다며 기금이 작은 대학들은 협력해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잭 마이어 하버드대 전 CIO가 새로 둥지를 튼 운용사에 60억달러의 자금이 몰릴 만큼 미국 대학에는 스타매니저가 즐비하다고 소개했다. 캐남 CIO가 자신의 멘토라고 소개한 예일대의 데이비드 스웬슨 CIO의 경우 매년 기금의 5%를 대학 운용자금으로 지출하면서도 20여년 만에 13억달러의 기금을 200억달러로 증식시켜 이 분야의 개척자로 불린다고 덧붙였다.

글=오광진/사진=강은구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