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열흘 이상 남았는데 유통가는 벌써 대목 분위기로 부산해졌다.

그때그때 경기 상황을 봐서 제품을 반응생산(Quick Response)하는 패션업계는 주문량이 밀려들자 협력업체 공장을 완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백화점,대형마트 '사상 최대 실적'

장재영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팀장은 13일 "추석 상품 판매가 시작된 이번 주 평일 식품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지난 주보다 40% 가까이 늘었다"며 "추석 대목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미리 선물을 장만하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매장이 예년보다 닷새 정도 일찍 북적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본격 나선 대형마트들도 고가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세가 뚜렷하다.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추석 연휴가 가까워져야 판매량이 늘어나는 굴비세트(7만∼15만원)가 매장 판매 첫날인 10일 300여세트 팔렸다고 밝혔다.

정윤수 이마트 가양점 업무팀장은 "2만원대의 생활용품 가공식품 같은 실속 제품은 물론 한우 청과 등 고가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정도 추가로 확보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관계자는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시작일인 6일부터 문의 전화가 작년 이맘때보다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올핸 확실히 달라졌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추석 대목을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내 '남대문그릇'은 추석선물로 도자기와 사기그릇을 사려는 손님들로 재미를 보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는 백화점 절반 가격에도 사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지만 올해는 지난 주부터 몇 팀씩 몰리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낙원동 떡집 골목도 선물용 떡 구매와 예약 주문이 밀려들면서 벌써부터 추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기업체와 개인의 떡 구매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손기찬 제일떡집 사장은 "12일 저녁 한 은행에서 추석용으로 떡 선물세트 200개를 주문했다"며 "지난해는 개당 3만~4만원대가 주류였으나 올해는 5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의 판매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윤치훈 전국시장상인연합회 공동사업팀장은 "대전중앙시장의 경우 최근 손님 수가 지난해 추석 2주 전보다 10%가량 늘었고 재래시장을 선호하는 주부들도 눈에 많이 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 고무돼 상점들도 제수용품점을 중심으로 상품 물량을 20% 정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생산 늘려'

패션업계에서도 추석 특수를 계기로 매출 증가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연간 목표 생산량을 100으로 치면 연초에 70%를 미리 정해 놓고 나머지 30%는 그때그때 경기 상황을 봐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며 "이달 초반 판매율이 예상보다 좋아 생산 물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 구로,인천,대구 등 봉제업체 밀집 지역도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바빠졌다.

LG패션 관계자는 "가을 제품 생산 때문에 겨울 코트는 공장 잡기가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콤비'용으로 가볍게 입는 남성 재킷 판매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9월 초 열흘간 재킷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며 "재킷은 남성들이 주머니 사정이 가장 여유있을 때 사는 아이템이어서 경기 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박동휘/장성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