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기업 3년차인 나알뜰씨.최근 입사 이후 써온 급여통장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과감하게 옮겼다.

하루만 맡겨도 연 5%에 가까운 금리를 주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끌렸기 때문이다.

은행 보통예금 금리는 고작 연 0.1% 수준.각종 공과금과 카드 보험 결제계좌를 일일이 옮겨야 하는 불편함은 따랐지만 고금리의 매력을 떨칠 수 없었다.

#사례2: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최테크 과장.그는 증권사 CMA 계좌에서 다시 은행 월급통장으로 옮긴 케이스.은행에 월급통장이 있을 경우 연 0.2%포인트의 대출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연 금리 7% 기준)을 쓸 경우 연간 20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월급통장에도 재테크 바람이 불면서 '갈아타기'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증권사가 작년부터 연 4~5%의 고금리로 무장한 CMA를 앞세워 은행에 묶인 월급통장을 흡수해 나가자 고민 아닌 고민이 시작됐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고금리라는 매력 때문에 쌈짓돈들이 썰물처럼 증권사로 향했다.

은행 상품에 비해 단점으로 꼽혔던 카드사 자동이체와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입출금 불편도 점차 해소돼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덕분에 CMA는 올 들어 상반기에만 10조7720억원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5조89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돈의 물줄기가 증권사로 급선회하자 은행권에서는 '돈줄이 말라 간다'(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졌다.

막대한 자금을 저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월급통장이야말로 은행 수익의 밑천이자 효자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CMA에 맞먹는 고금리와 빵빵한 혜택을 갖춘 신무기(신상품)를 만들어 거센 반격에 나섰다.

은행권 고금리 급여통장인 이른바 '스윙 계좌(Swing Account)'가 그것이다.

증권사 CMA처럼 잔액에 관계 없이 일정 금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한도 이상의 금액을 다른 계좌로 옮겨 고금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여기다 전자금융 거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하고 주택담보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CMA와의 경쟁에서 오는 약점을 커버해 나가고 있다.

최테크 과장이 CMA 계좌를 버리고 다시 은행 월급통장으로 옮긴 것도 담보대출 우대금리를 겨냥한 결정이었다.

은행과 증권사 간 150조원 규모의 월급통장 시장을 놓고 벌이는 '쩐(錢)의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봉급생활자도 '0.1%포인트의 마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