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 철.얼마 전 한화의 괴물 투수 류현진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기사의 제목이 재미있다.

'류현진에게 2년차 징크스는 남의 일.'

2년차 징크스라고? 이게 뭘까?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2년차 징크스는 데뷔 첫 해에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그 다음해에는 항상 부진하게 된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지난 25년간 배출된 13명의 신인왕 투수들이 모두 다음해에는 성적이 뚝 떨어졌다고 하니 사실은 사실인가 보다.

그런데 이 '2년차 징크스'와 사장님들이 칭찬에 인색한 이유가 사실은 같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저명한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는 '이코노믹 씽킹'(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회사 직원들도 야구 선수와 마찬가지로 일을 못할 때가 있고 잘할 때가 있다.

물론 어쩌다 잘할 때가 있어도 곧 제 실력으로 돌아가게 되고,슬럼프에 빠졌다가도 금세 원 상태를 회복하는 게 당연한 평균 이치다.

그런데 사장님 입장에서 보면 잘할 때 칭찬을 좀 해 줬더니 곧 못하게 되고,못한다고 꾸짖었더니 잘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후로 사장님은 점점 야단만 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2년차 징크스 역시 마찬가지다.

신인왕으로 뽑힌 것 자체가 자신의 평균 실력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수가 2집 앨범에서 고전하는 경우,속편 영화가 1편만 못한 이유도 이 '평균으로의 회귀'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이처럼 '이코노믹 씽킹'은 평범한 상식으로는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일상 속 수수께끼들을 핵심적인 경제 원리들로 명쾌하게 밝혀낸다.

저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벤 버냉키와 공저한 '경제학'으로도 유명한 인물로 미 동부경제학회장까지 지낸 스타급 경제학자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0여 년간 아이비 리그 제자들에게 내주었던 과제들을 모은 것.학생들이 예리한 시각으로 모아 온 사례들 덕분에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고,무엇보다 그 사례들의 이면으로 파고들어가 핵심을 낚아채는 경제학의 힘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추리 소설에서 형사가 '이 사건으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를 생각하듯이 '비용 편익의 원리'로 복잡한 현상 속의 진실을 밝혀낸다.

예를 들어 시어스 로벅이라는 회사에서 멀쩡한 가전 제품에 흠집을 내서 판다는 소문에 대해 저자는 '그럴 법하다'고 손을 들어 준다.

할인 판매를 하지 않으면 그 제품을 사지 않았을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냉장고에 약간의 흠집을 낸 후 할인해서라도 파는 것이 대리점 주인에겐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매우 타당한 결론이다.

얼마 전 게임 이론을 풀어 쓴 저서 '게임의 기술'을 낸 나에게 특히 흥미로운 것은 과다 경쟁의 늪에 관한 사례들이었다.

동네 약국들이 경쟁적으로 항생제를 세게 지어 주다가 결국 병균의 내성만 키워 주는 까닭,다수의 여성들이 불편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현상,콘서트 장에서 앞을 더 잘 보기 위해 모두가 일어서게 되는 일 등이 모두 과다 경쟁의 늪에 빠진 경우다.

이처럼 경제학적 통찰은 우리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설명해 낸다.

누구나 궁금했을 법한 사례들과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해법들이 이어지지만 한 번 읽고 마는 책은 아니다.

그래프와 공식 없이도 경제학자의 눈을 갖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332쪽. 1만3000원.

김영세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