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언론계의 저항에 부딪쳐 그간 추진해 온 기자실 폐지 등의 조치에서 한 발 물러섰다.

기자들의 취재 접근권을 제한하는 일부 독소 조항을 없애겠다는 것인데 기사송고실과 브리핑룸 통폐합 작업은 강행키로 해 기자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14일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총리 훈령)'에서 그동안 독소 조항으로 논란이 많았던 기자들의 공무원 취재시 공보관과의 사전 협의,면담취재 장소 제한 등을 규정한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또 엠바고,기자 등록 및 출입에 관한 사항도 삭제하거나 수정·보완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 청사 밖 서울 시내 중심부에 100석 규모의 공동 송고실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전날 대통합민주신당의 중재안 대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정부가 언론과의 갈등을 뒤늦게 봉합하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훈령안에는 공평한 취재 기회를 부여하고 신속하게 취재에 응하도록 하는 한편 특별한 이유 없이 취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등 정부와 공무원의 적극적인 취재 지원을 위한 규정도 담길 것"이라면서 "언론계도 심각하게 고려해서 결정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자실 통폐합 조치의 전면 철회를 요구해 왔던 한국기자협회의 취재환경개선특별위원회는 정부의 수정안에 "사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기자들은 수정안이 정치권과 언론계 및 학계의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정부가 세종로 중앙청사 별관(외교부 빌딩)에서 진행 중인 통합브리핑센터 설치 공사를 강행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실 통폐합 조치의 폐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기획예산처 담당 기자들은 이날 기획처가 오는 20일 과천 종합청사 통합브리핑룸에서 실시할 예정인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취재를 거부하기로 했다.

박상범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 위원장은 "공무원 취재시 공보관실을 경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명문화하라는 요구와 취재에 응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조항 요구는 거부됐다"면서 "기획예산처 등 독립청사에 기사송고실을 존치해 달라는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따라서 수정안이라는 것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