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6개에 9.99달러라는 것도 놀라운데, 더 오른다고요?”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코스트코 채소 매장 코너. 평소에는 사람 눈높이까지 쌓여 있던 아보카도 상자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보카도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던 인도계 니르말라 자인 씨는 “과카몰리를 좋아하고 멕시코 요리를 많이 해서 아보카도를 자주 사는 편”이라면서 “원래 6개가 비싸도 7.99달러 정도였는데 이렇게 많이 올랐다니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오른다니 이 값에라도 쟁여둬야할 것 같다”고 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산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미국내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 팔리는 아보카도의 80% 이상이 멕시코산이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아보카도 가격이 더 뛰고 공급 물량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이날 코스트코에선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더 원산지를 눈여겨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주 사던 물건 중에 캐나다나 멕시코, 중국산 제품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공급 부족을 우려해 식자재를 미리 사 두려는 식당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캐나다산 제품 중에선 방울토마토와 메이플시럽 등의 가격이 불안하다. 미국에서 팔리는 방울토마토는 멕시코와 캐나다산이 90% 이상이다. 맥주와 데낄라 등 주류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웰스파고 은행의 크리스 캐리 애널리스트는 관세 여파로 맥주 가격이 4.5%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장난감 가격도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캐나다 전역에 ‘캐나다산 구매(Buy Canadian)’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미국 공화당 지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은 물론 미국산 불매 운동 등 비관세 보복 조치에 나섰다.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꿀, 토마토, 위스키, 냉장고 등 총 150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천명한 품목에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테네시산 위스키와 켄터키산 땅콩, 트럼프 대통령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등이 포함된다.캐나다 연방정부 차원의 보복 관세 외에도 주마다 비관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는 “4일부터 정부 소유 주류 판매점에서 미국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우리는 매년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와인, 맥주, 증류주 등을 팔았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캐나다산 상품을 소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생산한 주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미국산 불매와 자국산 애용 운동도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캐나다 곳곳의 식료품점과 대형 마트 등에서는 ‘캐나다산(Made in Canada)’ 푯말이 등장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맞서 캐나다 전역에 애국주의 바람이 불면서 관련 상품 매출도 급증했다. 현지 방송에서는 미국산 제품 대안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안내하거나 미국산 소비재를 피하는 방법 등을 패러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가 대만 남부에 첨단 1나노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대만 입지가 더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대만의 ‘실리콘 방패’가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3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TSMC는 대만 타이난 사룬에 12인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하는 팹25(반도체 제조단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단지는 공장 6개가 들어설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업계 관계자는 “TSMC가 남부과학단지 내 팹25 P1∼3 공장에 1.4나노, P4∼6 공장에 1나노 공정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중부과학단지에 1.4나노, 팹25 P1∼3 공장에 1나노, P4∼6 공장에 0.7나노 공정을 짓는 안으로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나노(㎚·1㎚=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의 단위다. 숫자가 작을수록 전력 소비가 적고 효율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첨단 양산 기술은 3나노다. TSMC는 아직 양산 전 단계인 2나노 기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TSMC의 반도체 기술은 대만의 국가 안보를 지키는 ‘실리콘 방패’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미국과의 외교·무역 협상에서도 중요한 카드로 작용한다. 대만 정부는 원래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자국에서만 운영하도록 제한해왔으나, 최근 이 규제를 완화해 TSMC의 해외 생산 투자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미국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에 대만에서는 TSMC의 해외 투자가 대만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