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오미란, 홈쇼핑서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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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은 롯데홈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첫 달이었다. 이 때문에 5월 한 달간의 매출은 인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업계 사람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년 같은 달 대비 매출 20% 증가라는 결과는 롯데가 홈쇼핑 분야에서 안착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중에서도 슈퍼모델 오미란 씨(36)의 패션 브랜드 ‘란스타일(Ran Style)’이 10위권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매출에 기여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란스타일은 롯데홈쇼핑의 TV 광고에 그녀가 직접 입고 출연했던 바로 그 브랜드다.
란스타일은 우리홈쇼핑 시절인 3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바로 지난주인 9월 7일 가을 시즌 신상품 런칭을 알렸다. 지금까지 만 6개월을 돌아보면 꽤 순조로운 항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란스타일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일종의 브랜드 매니저다. 홈쇼핑과 제조사, 그리고 그녀가 함께 모여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전반을 꼼꼼하게 논의한다. 더불어 15년 넘게 활동해 온 관록의 슈퍼모델 출신답게 직접 제품을 입고 자사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의류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공부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번번이 고사하고 있었죠. 2006년 봄에 란스타일에 대한 제안을 받고 나서 신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준비해 가을에 첫 디자인이 나왔고 수정 작업을 거쳐 올봄에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옷 잘 입는 모델이나 탤런트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유독 그녀에게 업체로부터 브랜드 제안이 자주 들어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 스스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샤넬, 크리스찬 디올,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동안 패션에 도가 텄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기본이다.
동서울대 방송연예과 교수, 연세대 광고홍보학과 석사 졸업, 한국모델협회 이사라는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 지적인 이미지가 한몫했다. 모델 생활을 하는 동안 스캔들 등 안팎의 잡음이 없었던 데다 꾸준히 이어 온 자기 관리까지 더해져 그녀는 우아한 여성의 대명사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제가 내놓은 란스타일은 사람들이 저에게서 느끼는 인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브랜드라고 보면 됩니다. 단아한 매력을 잃지 않는 여성을 위한 ‘프렌치 로맨틱’이라는 콘셉트가 핵심입니다. 제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대중도 입을 수 있도록 옮겨 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란스타일이 단기간 내에 자리를 잡은 데는 홈쇼핑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의류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상품에 있어서 홈쇼핑은 제약이자 도약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오프라인은 발품을 팔아야 하고 온라인은 바쁘게 클릭을 해야 하지만, 전국의 TV로 방영되는 홈쇼핑은 무차별적으로 소비자를 파고든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제품은 많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대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이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싼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대신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니까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제품들이 나오는 법이지요.”
너도나도 입을 수 있는 옷이란, 패션 브랜드에 그리 좋은 평가가 아니다. 특히 란스타일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남다른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로 출발했다. 무조건 대중성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전략이다.
“상품 기획이나 디자인을 할 때 웬만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편이라고들 합니다. 단호하게 제 주장을 펴는 유일한 순간은 란스타일이 자기 색깔을 잃어버릴 때지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예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남들과 똑같은 스타일을 선보이려고 한다면 란스타일 고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며 생각을 꺾지 않습니다.”
결과는 늘 그녀의 고집을 따라왔다. 여태껏 대박 상품이라고 할만한 것들 가운데는 주변에서 단가가 비싸다거나 대중에 앞서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만류했던 옷들이 제법 있다. ‘대중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평소에도 란스타일 제품을 입는다. 시제품이 나왔을 때부터 입고 다니면서 마무리가 제대로 됐는지, 몸에 달라붙는 정도는 어떤지, 색감의 대비는 적당한지를 점검한다. 제품 점검과 동시에 자신이 입은 옷을 주변에서 예쁘다고 할 때마다 란스타일을 자랑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상품 기획 때문에 1주일에 두세 번씩 회의하고, 제품이 나오면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여기에다 직접 모델로 활동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요. 제품에 대한 좋은 반응을 에너지로 채우며 반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란스타일을 입은 여성들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곤 해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란스타일이 꾸준하게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멋 내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그녀만의 스타일 제안이 있을 성싶다. 오미란식 스타일의 원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편안함이라고 해서 활동하기에 쉬운 막 입을 수 있는 옷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때 스스로 어색해 하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자신의 내면과 외양이 일치하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저만 해도 모델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데뷔 당시 강하고 섹시하게 보이는 패션이 유행이기도 했고, 서구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디자이너들이 약간 세 보이는 스타일을 주로 입혔었죠. 내 안에 있는 여성스러움을 조금씩 보여주다 보니 오미란에게는 지금의 스타일이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스타일은 마음으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최신 유행을 파악하는 그녀만의 특별한 비법이 궁금하다. 질문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유행을 아는 일은 그리 난해하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녀는 평소 TV나 잡지를 볼 때 반복해서 나오는 두세 가지 라인이나 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패션 분야만이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유행은 반 정도만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행을 100% 따른 옷은 한 계절만 입고 버리게 되잖아요. 유행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표나 사업의 방향에서만큼은 확고한 사람이다. MC나 탤런트 제의를 제법 받으면서도 방송쪽에 쉽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 홈쇼핑 방송에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라서 가끔씩 나갈 뿐이다. 다른 곳에 부을 수 있는 재능을 란스타일에 쏟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금 올 가을에는 란스타일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입고, 그 결과 매출에서도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전년 같은 달 대비 매출 20% 증가라는 결과는 롯데가 홈쇼핑 분야에서 안착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중에서도 슈퍼모델 오미란 씨(36)의 패션 브랜드 ‘란스타일(Ran Style)’이 10위권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매출에 기여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란스타일은 롯데홈쇼핑의 TV 광고에 그녀가 직접 입고 출연했던 바로 그 브랜드다.
란스타일은 우리홈쇼핑 시절인 3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바로 지난주인 9월 7일 가을 시즌 신상품 런칭을 알렸다. 지금까지 만 6개월을 돌아보면 꽤 순조로운 항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란스타일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일종의 브랜드 매니저다. 홈쇼핑과 제조사, 그리고 그녀가 함께 모여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전반을 꼼꼼하게 논의한다. 더불어 15년 넘게 활동해 온 관록의 슈퍼모델 출신답게 직접 제품을 입고 자사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의류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공부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번번이 고사하고 있었죠. 2006년 봄에 란스타일에 대한 제안을 받고 나서 신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준비해 가을에 첫 디자인이 나왔고 수정 작업을 거쳐 올봄에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옷 잘 입는 모델이나 탤런트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유독 그녀에게 업체로부터 브랜드 제안이 자주 들어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 스스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샤넬, 크리스찬 디올,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동안 패션에 도가 텄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기본이다.
동서울대 방송연예과 교수, 연세대 광고홍보학과 석사 졸업, 한국모델협회 이사라는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 지적인 이미지가 한몫했다. 모델 생활을 하는 동안 스캔들 등 안팎의 잡음이 없었던 데다 꾸준히 이어 온 자기 관리까지 더해져 그녀는 우아한 여성의 대명사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제가 내놓은 란스타일은 사람들이 저에게서 느끼는 인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브랜드라고 보면 됩니다. 단아한 매력을 잃지 않는 여성을 위한 ‘프렌치 로맨틱’이라는 콘셉트가 핵심입니다. 제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대중도 입을 수 있도록 옮겨 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란스타일이 단기간 내에 자리를 잡은 데는 홈쇼핑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의류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상품에 있어서 홈쇼핑은 제약이자 도약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오프라인은 발품을 팔아야 하고 온라인은 바쁘게 클릭을 해야 하지만, 전국의 TV로 방영되는 홈쇼핑은 무차별적으로 소비자를 파고든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제품은 많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대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이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싼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대신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니까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제품들이 나오는 법이지요.”
너도나도 입을 수 있는 옷이란, 패션 브랜드에 그리 좋은 평가가 아니다. 특히 란스타일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남다른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로 출발했다. 무조건 대중성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전략이다.
“상품 기획이나 디자인을 할 때 웬만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편이라고들 합니다. 단호하게 제 주장을 펴는 유일한 순간은 란스타일이 자기 색깔을 잃어버릴 때지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예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남들과 똑같은 스타일을 선보이려고 한다면 란스타일 고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며 생각을 꺾지 않습니다.”
결과는 늘 그녀의 고집을 따라왔다. 여태껏 대박 상품이라고 할만한 것들 가운데는 주변에서 단가가 비싸다거나 대중에 앞서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만류했던 옷들이 제법 있다. ‘대중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평소에도 란스타일 제품을 입는다. 시제품이 나왔을 때부터 입고 다니면서 마무리가 제대로 됐는지, 몸에 달라붙는 정도는 어떤지, 색감의 대비는 적당한지를 점검한다. 제품 점검과 동시에 자신이 입은 옷을 주변에서 예쁘다고 할 때마다 란스타일을 자랑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상품 기획 때문에 1주일에 두세 번씩 회의하고, 제품이 나오면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여기에다 직접 모델로 활동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요. 제품에 대한 좋은 반응을 에너지로 채우며 반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란스타일을 입은 여성들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곤 해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란스타일이 꾸준하게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멋 내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그녀만의 스타일 제안이 있을 성싶다. 오미란식 스타일의 원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편안함이라고 해서 활동하기에 쉬운 막 입을 수 있는 옷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때 스스로 어색해 하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자신의 내면과 외양이 일치하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저만 해도 모델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데뷔 당시 강하고 섹시하게 보이는 패션이 유행이기도 했고, 서구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디자이너들이 약간 세 보이는 스타일을 주로 입혔었죠. 내 안에 있는 여성스러움을 조금씩 보여주다 보니 오미란에게는 지금의 스타일이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스타일은 마음으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최신 유행을 파악하는 그녀만의 특별한 비법이 궁금하다. 질문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유행을 아는 일은 그리 난해하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녀는 평소 TV나 잡지를 볼 때 반복해서 나오는 두세 가지 라인이나 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패션 분야만이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유행은 반 정도만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행을 100% 따른 옷은 한 계절만 입고 버리게 되잖아요. 유행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표나 사업의 방향에서만큼은 확고한 사람이다. MC나 탤런트 제의를 제법 받으면서도 방송쪽에 쉽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 홈쇼핑 방송에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라서 가끔씩 나갈 뿐이다. 다른 곳에 부을 수 있는 재능을 란스타일에 쏟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금 올 가을에는 란스타일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입고, 그 결과 매출에서도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