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남다른 경지에 이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다.

방송은 박스 옮기기,봉투 붙이기,옷걸이 만들기,치마에 주름 만들기,양파 손질해서 망에 담기,설거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달인이 된 이들의 빠르고 정확한 솜씨와 삶을 다룬다.

근무 여건이나 환경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달인의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부문이 뭐든 방송국 쪽에서 제시한 과제를 "어쩜 저럴 수가" 싶게 완성하고 활짝 웃는 얼굴은 옷이나 화장같은 치장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전해준다.

달인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열심히 일해 살림에 보태고 애들 잘 키우고 내집도 장만하고 등.아무도 세상을 원망하면서 손을 놓고 있거나,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거나,남의 힘을 빌리려 애쓰지 않는다.

힘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도 할 줄 모른다.

그저 어떻게든 제 힘으로 잘살아 보려 바삐 움직인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잘해봐야지 각오도 하고 속상했던 마음도 추스리고 찌푸렸던 얼굴도 편다.

사람의 희망은 모두 같다.

경제적 여유도 누리고 기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고 대우받았으면,남들이 내 말에 귀 기울이고 내가 믿는 걸 믿고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그것이다.

문제는 그걸 이루는 방법이다.

연줄을 이용해 돈과 힘을 행사하던 이들의 행각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줄만 잘 잡으면 하루 아침에 대박과 인생역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달인의 땀은 하찮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건 그처럼 한눈 안팔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덕이다.

에릭 바인하커는 '부의 기원'(안현실·정성철 역)에서 "미래는 경제적 진화에 달렸고 경제적 진화는 '건강한 사회적 기술'에 의해 좌우되므로 사회적 기술을 새롭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썼다.

생활 달인의 노력보다 연줄 달인의 줄타기가 힘을 쓰는 풍토를 척결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