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은 시작됐다,삼겹살에 소주 한 잔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허옇게 뒤집히는 살점들

안주 집을 새도 없이 바삐 돌아가는 술잔(…)

절반은 남았고 절반은 빈 자리다

이제 영원한 구원투수 김 차장이 나설 때(…)

곧바로 사장 앞에 무릎을 낮춰 파테르 자세 들어간다

빈정거리는 사장의 태클을 요령 있게 차단하는 센스

아랫사람들의 투정을 가볍게 원샷으로 틀어막는 막강 입심

자기 집 전화번호야 잊든 말든 사장을 위해

콜택시 호출번호를 줄줄 꿰고 있는 신통방통 기억력

접대부 뺨치는 저 흥행보증수표를 믿어볼 일이다

-휘민 '접대의 기술' 부분



좀 메스껍더라도 '김 차장'을 너무 탓하지 말라.위 아래에서 압박받는 대부분 중년 직장인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가정과 회사의 평화를 위해 '총대'를 멨을 뿐이다.

파테르 자세로 윗사람을 모실 때 그 외로움을 생각해보라.비굴함과 질시와 눈총을 등에 지고,그동안 걸어온 만큼의 길을 또 가야 한다.

질기게 달라붙는 피로와 상해가는 몸도 못본 척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이탈하면 끝장이니까.

이 시대 많은 '김 차장'들의 현실이 그렇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