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유통시장 혼란 ‥ 함량미달 작품 온라인 유통
미술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작품 유통시스템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한 작가의 같은 크기,비슷한 연대 작품이라도 화랑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들쭉날쭉이고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 작가' 작품의 경우 소장가들이 직접 유통업자 행세를 하며 작품을 팔기도 한다.

또 '함량 미달 그림'을 헐값에 사와 몇 배씩 비싼 값에 파는 온라인 유통업자까지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인기 작가 작품에 대한 아트펀드 등 금융권 '큰손'들의 매점매석 행위도 '도'를 넘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처럼 비상적인 유통시장에서는 결국 시장 상황에 어두운 투자자만 손해를 볼 공산이 큰 데다 앞으로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이숙자를 비롯해 고영훈 김종학 오치균 이왈종 이수동 윤병락 도성욱 안성하 등 일부 인기 작가 작품의 경우 전속화랑 가격보다 최고 두 배나 부풀려져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가 많은 작품은 화랑에 따라 시세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획전시는 하지 않고 작품 중개 및 판매만 하는 이른바 '나카마화랑'에 작품을 맡긴 소장가들이 멋대로 가격을 매기며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미술계 인사들은 전한다.

갤러리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두 달 전 나카마화랑에서 인테리어용 작품으로 사석원씨 그림을 구해간 소장자가 이 그림을 지난 7월 서울옥션 경매에 4~5배나 높은 추정가를 매겨갖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온라인 미술품 중개업체의 난립 역시 미술품 유통시장에 '큰 짐'이 되고 있다.

현재 20여개 업체가 난립한 미술품 온라인 중개시장은 연간 500억원 규모로 커진 상태다.

이들은 오프라인 마켓에서는 거의 거래되지 않은 '함량 미달'의 작품을 싼 값에 대량으로 매입한 후 인터넷을 통해 2~3배 높은 가격에 팔고 있어 작품성 뿐만아니라 '가격 뻥튀기'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들이 공급하고 있는 그림의 상당수는 과거 용산 삼각지에서 일부 무명 작가들이 주문 제작한 '이발소 그림'과 큰 차이가 없다"며 "투자목적으로 이들 그림을 매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트펀드를 비롯한 '큰손'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기 작가 작품을 매집,가격을 치솟게 한 후 야금야금 처분하는 것도 미술 유통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굿모닝신한증권(서울명품아트펀드 75억원·SH명품아트펀드 120억원)을 비롯해 골든브릿지자산운영회사(스타아트펀드1호 100억원·스타아트펀드 2호 50억원),한국투자증권(서울아트사모특별자산 2호 80억원) 등이 그동안 백남준 김환기 천경자 등 국내외 인기 작가 작품 약 1000여점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현숙)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방치하면 고객·화랑·작가·컬렉터 등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오는 28일 국회에서 미술품 유통시장 건전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