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은 지속하되 정치외교는 유연하게'

자민당 내 대부분 파벌의 지지를 얻고 있어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71)의 정책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자민당 총재 선거에 함께 출마한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과 15,16일 각각 합동 기자회견 및 연설회를 갖고 자신의 정책노선과 방향을 분명히 밝혔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추진된 구조개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성장 위주의 시장주의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재정건전화를 위해 일반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재정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비세 인상 등 세제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또 재정 복구를 위해 공공사업비의 3%를 일괄 삭감하는 지출억제책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급속한 개혁으로 인한 계층 간 격차 확대나 지방경제 위축에 대해선 별도의 보완 조치를 내놓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후쿠다 전 장관은 외교정책에 있어선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전의 고이즈미 정권과 아베 정권은 친미 외교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후쿠다 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일동맹과 아시아 외교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그의 색깔을 보여준 것.그는 과거부터 "한국 중국과 싸워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중국 등) 관계국에서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후쿠다 전 장관의 이 같은 아시아 중시 외교에 비춰 그가 총리가 되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북한 정책에선 더 큰 변화가 기대된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 해제나 어떠한 지원도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때문에 최근 북핵을 둘러싼 6자회담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일관계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다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보여줬다.

그는 "대화와 압력을 공동 수단으로 사용하되 핵·미사일 문제 및 납치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先) 납치자 해결,후(後) 관계개선' 원칙의 수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소 간사장이 "(대북정책은) 압력이 없으면 대화가 안 된다는 게 그간의 경험칙"이란 강경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자민당은 오는 23일 총재선거를 실시해 차기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