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東吉 <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공직자에게 골프를 치지 못하게 한 적이 있었다.

골프를 하면서 청탁을 받거나 은밀한 거래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3·1절 당시 국무총리가 부적절한 사람과 어울려 골프를 쳤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골프는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국에서 골프는 비리나 부정과 관련이 있거나 '부자 스포츠'라는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지만 골프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6년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1965만명으로 2002년에 비하면 무려 35.4%,2004년보다 18.4%,2005년보다 7.8% 증가했다.

한국의 골프장 이용료는 세계 최고다.

일반 골프장 그린피가 20만원에 가깝거나 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린피의 약 절반은 세금이다.

골프장 그늘집에서 삶은 계란 한 개 1500~3000원,바나나 1개 2000원,청량음료 3000원,캔맥주 5000원,스타벅스 커피 6000~8000원을 받는다.

이는 살인적 물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럽하우스 음식값은 또 어떤가.

그린피·카트비·캐디피에 식음료 값을 더하면 1인당 30만원 정도 든다.

값이 비싸면 소비자는 소비를 안 하거나 대체상품을 찾는다.

실제로 골프를 그만 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이 어떻든 골프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공교육이 부실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자 해외 유학이 늘어나는 것처럼 골퍼들이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난다.

중국·태국·필리핀 등 3개국을 대상으로 추정한 해외 골프 여행객은 매년 크게 늘어나면서 2006년 63만5000명을 넘었다.

해외에 뿌린 골프비용도 2006년의 경우 1조1400억원(11억8200여만달러)으로 추산된다.

이 돈이 국내에서 유통됐다면 고용창출은 물론 경기회복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됐을까.

해외 골프여행경비를 한번 보자.예컨대 중국(하이난도)에서는 항공료·숙박비 등 모든 경비를 포함해 50여 만원으로 4회 골프를 칠 수 있고,일본(후쿠시마)의 경우도 모든 비용을 포함,5박6일 무제한 라운딩에 90여만원이면 된다고 한다.

동남아 저소득국은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하면서 값이 싸다고 할 정도면 이는 무언가 잘못 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187억6000만달러 적자,올 상반기에는 이미 105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해외여행 증가와 유학·연수 열풍이 서비스 수지를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해외 골프여행 금지령을 내릴 수 없는데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얼마 전 정부는 현재의 반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을 농지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현 가능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정부는 이제 와서 문제의 심각성을 안 것 같다.

'반값 골프장' 건설도 좋지만 우선 골프장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을 완화해서 골프장 이용료를 낮춰야 한다.

정부는 1976년 일본의 예를 따라 골프에 '사치성 운동'이라는 딱지를 붙여 특별소비세를 부과했다.

일본은 이미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인정해 특소세를 폐지했지만,우리나라에선 스키와 볼링에 부과했던 특소세는 폐지했는데 골프는 여전히 특소세 대상이다.

그린피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등 한마디로 '세금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장 측에서도 세금 탓하며 골퍼들의 주머니를 터는 바가지요금부터 합리화해야 한다.

대중(大衆)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를 호텔처럼 꾸밀 까닭도 없다는 얘기다.

골프여행을 해외로만 가야 할 이유는 없다.

해외로 떠나는 골퍼들의 발길을 국내에 머무르게 하자면 우선 골프 관련 세금 완화와 함께 각 지방에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골프장을 건설하는 게 대안(代案)이다.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세금만 따지는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골프가 좋은 운동이라거나 골프를 권장하고자 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