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식 "국내 경영 참여를"

박병무 "하나TV 2008년 순익"

하나로텔레콤이 23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하나로텔레콤은 한국통신(현 KT)이 독점하고 있는 시내전화 사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이 취지는 살리지 못했다.

아직도 KT의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ADSL 보급을 주도함으로써 한국을 '초고속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제는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의 TV포털 '하나TV'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초대 사장으로서 ADSL 확산을 주도했던 신윤식 전 회장과 '미디어 기업'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병무 현 사장이 최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만나 지난 10년과 미래 10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 사장=하나로텔레콤 창립 10년이 됐습니다.

초대사장으로서 조언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 전 회장=회사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 기쁩니다.

박 사장은 통신 업계 외부에 있다가 오셔서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TV가 대박이라고들 하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박 사장=가입자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기록입니다.

지난해 7월 시작했는데 이달 말께면 실사용자가 60만명이 됩니다.

게임 노래방 홈쇼핑 등 양방향 부가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콘텐츠가 케이블TV보다 낫다는 분도 많습니다.


△신 전 회장=저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VOD는 10년 전부터 통신회사의 꿈이었습니다.

결국 콘텐츠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죠.저는 영화와 사극을 좋아하는데 하나TV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해외에는 하나TV 같은 서비스가 없나요.


△박 사장=인터넷TV(IPTV)는 많아도 VOD만 하는 곳은 없습니다.

하나TV가 나오고부터 IPTV사업자들이 VOD를 늘리고 있습니다.

외국 영화사에는 하나TV 때문에 IPTV 담당 부서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실시간 방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IPTV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하나TV는 실시간 방송이 없어 좀더 자유로운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신 전 회장=IPTV로 발전시키려면 투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 사장=초당 100메가비트(Mbps) 속도를 내는 네트워크를 꾸준히 깔았습니다.

셋톱박스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거의 끝났습니다.

11월부터는 VOD 단계를 넘어서 본격적인 IPTV 시범사업도 할 예정입니다.


△신 전 회장=이익을 내야 할텐데 하나TV 실적은 어떻습니까.


△박 사장=내년 초 가입자가 100만명 정도 되면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 말 130만명 정도가 돼야 순이익도 예상됩니다.


△신 전 회장=그게 통신사업의 어려움이죠.초기 투자 후 몇 년간 적자는 감수해야 하니까요.


△박 사장=회장님도 ADSL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거두셨잖습니까.


△신 전 회장=1997년 회사 출범 당시 KT와 전화로 경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기술자들을 해외로 내보내 시장조사를 시켰죠.ISDN이 ADSL로 대체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는데 모뎀 가격이 60만원이나 돼 고민이 됐죠.사업성이 없다며 반대도 많았어요.

저는 경쟁이 일어나면 1년 안에 모뎀값이 떨어진다고 확신해 1999년에 사업을 밀어붙였어요.

결국 재임 기간 중 모뎀값이 3만원까지 내려갔습니다.


△박 사장=아쉬운 점은 없나요.


△신 전 회장=마케팅과 홍보를 너무 일찍 벌인 게 후회가 돼요.

ADSL 인기가 너무 높아 대기자가 50만명에 달했던 적도 있었어요.

인력 때문에 설치를 못하고 있는데 KT가 뒤늦게 ADSL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잠식해 버렸죠.


△신 전 회장=대주주 지분 매각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완전히 외국 금융회사만 들어올 게 아니라 국내 통신회사도 참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통신산업은 공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죠.


△박 사장=최근 한 국내업체에서 관심을 많이 피력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 전 회장=10년 후 하나로텔레콤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박 사장=혁신적인 컨버전스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나 IPTV,홈네트워킹,홈컴퓨팅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기업 대상으로는 음성,데이터,모바일,영상전화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