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녀린 손 동작 한 번에 관중은 숨을 죽었고, 경쾌한 점프 동작에서는 저절로 함성이 터져나왔다.

'피겨요정' 김연아(17.군포 수리고)가 오랜만에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짧게나마 국내 피겨팬들 앞에서 선보였다.

김연아와 팬들이 호흡을 맞춘 시간은 2분50초. 하지만 김연아는 한층 더 커지고 부드러워진 몸 동작과 성숙해진 표정 연기로 팬들 앞에 다가섰다.

김연아는 16일 오후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갑작스런 공연장 화재로 취소된 '현대카드 슈퍼매치Ⅴ-07 슈퍼스타스 온 아이스'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이려던 갈라쇼 프로그램 '원스 어폰 어 드림(Once upon a dream)' 시연회를 열었다.

'피겨요정'의 공연소식을 듣고 달려온 피겨 팬들은 오전 10시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롯데월드에 진을 쳤고, 공연 직전에는 4천여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뤘다.

장내 안전요원만도 190여 명이 투입돼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이윽고 푸른색 드레스로 갈아입은 김연아가 박수를 받으며 아이스링크에 들어섰고,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의 삽입곡 '원스 어폰 어 드림'이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시작 무렵 음악과 호흡이 맞지 않아 음악을 멈추고 다시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부드러운 스케이팅으로 링크를 한바퀴 돈 뒤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로 첫 번째 점프 동작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갈라쇼 프로그램인 만큼 무용적인 요소에 중점을 둔 김연아는 발레를 연상하는 스텝 연기와 함께 레이백 스핀(허리를 뒤로 젖힌 채 도는 스핀)에서 비엘만 스핀(다리를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두 손으로 스케이트 날을 잡고 도는 스핀)으로 이어지는 연속 동작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연이어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로 공연의 분위기를 달군 김연아는 매혹적인 스파이럴(한쪽 발을 들고 나머지 발로 소용돌이를 그리듯이 달리는 활주법) 동작으로 또 한번 박수갈채를 받았다.

스핀 동작으로 공연을 마친 김연아는 쏟아지는 환호성을 뒤로 한 채 2분 50초 동안 이어진 팬들과의 짧은 교감을 마쳤다.

김연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팬들이 찾아와서 감사한다"며 "한국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비록 준비했던 시간은 적었지만 음악에 맞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연 도중 팬들이 호응을 많이 해줘 즐겁게 연기했다.

실수하지 않고 연기를 마쳐 만족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