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거장)'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최대 관심과 우려는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는 2030년 미국 경제를 예측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FRB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화두로 올려 놓았다. 17일 출간될 회고록 '격동의 시대- 신세계에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 -Adventures in a New World)'을 통해서였다.

다음은 회고록 요약.

◆2030년 두 자릿수 금리시대도 각오해야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공헌했던 중국의 임금이 오르고 있는 게 문제다.

이는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생산성도 잘해야 연평균 2%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감안해 물가상승률을 1~2%로 억제하려면 금리를 두 자릿수까지 올려야할지도 모른다.

전임자인 폴 볼커 전 FRB의장은 연 19%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다.

어쩌면 FRB도 이 같은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특히 우려할 것은 정치권과 대중의 낮은 금리에 대한 요구다.

이들의 압력에 FRB가 굴복한다면 물가상승률은 4~5%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한다.

우리에겐 본능적인 적응력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경제는 법치와 신뢰의 문화,낡은 기술과 절차를 없애는 '창조적 파괴'에 기초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은 상당부분 석유 때문에 일어났다.

헤지펀드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부시 행정부의 반 경제적 행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제 현안을 다룰 때 정책적 고려보다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FRB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방만한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을 때 부시 대통령에게 거부할 것을 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데올로기와 2000년 대선공약 실현을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경제정책의 영향에 대해 무관심했던 부시 대통령의 그런 접근은 커다란 잘못이었다.

부시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한 폴 오닐과 존 스노는 본질적으로 무력한 존재였다.

공화당 의회 지도부도 의석을 지키기 위해 방만한 재정지출을 방치하는 등 권력을 위해 원칙을 버렸지만 결국에는 모두를 잃고 말았다.

◆'비이성적 과열'이 나온 배경

1996년 비이성적 과열이란 발언을 한 것은 당시 상황을 심각히 고려한 결과였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주식시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시장에 나름대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개념을 아르키메데스처럼 허리가 아파 즐겨 이용하던 욕조에서 떠올렸다.

모호한 표현과 관련해서는 지금의 부인인 안드레아 미첼도 헷갈려 했다.

다섯 번이나 그에게 청혼했지만 미첼은 세 번 청혼한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밝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으나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중국과 일본은 전세계 투자자금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기타 동아시아 국가들도 5%를 점유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제기적이 가져온 사건은 냉전종식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중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세계경제에 편입됐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3.5~9%에 달하는 생산성 증가율이 3% 수준으로 둔화될 경우 불안감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노령화도 문제다.

이자가 낮은 엔화를 빌려 수익이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많은 것도 이 지역 경제의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경제는 기술력과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부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