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병창 평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신정아 파문'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미술품 시장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술품 시장과 관련한 의혹은 기획예산처 산업은행 등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고 기업들이 신씨가 재직 중인 성곡미술관을 후원하는 데 변 전 실장의 '외압'이 있었느냐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신씨에게 '커미션(대가성 수수료)'을 제공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2005년 이후 사들인 미술작품 94점의 경우 구입처가 대부분 한국화랑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B급 화랑들이어서 특별한 연고나 청탁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고문변호사인 조균석 변호사는 "기획전시는 하지 않고 작품 중개 및 판매만 하는 이른바 '나카마화랑'이 얼마나 가격을 부풀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술품 시장에 가격이 부풀려졌거나 함량 미달인 작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술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들은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가격 형성이 제대로 안 되는 등 투명한 미술품 시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랑이 전시회를 개최할 때 팔리는 그림값에 대해 작가와 화랑이 어떻게 배분하느냐 등의 계약도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는 구두로 약속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전시회를 위해 그림을 가져갔다가 분실돼도 계약서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는 게 관행이다.

조 변호사는 "작가나 화랑 등 미술품 시장 관계자들이 계약서 작성에 대한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품은 창작 과정을 거친 지식재산권이므로 정당하게 보호받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은 제대로 된 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불행히도 국내 화랑 업계는 법률 자문을 거친 계약서 작성이 드물다.

2대 메이저 화랑 가운데 한 곳인 가나아트센터 관계자는 "작가와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고문변호사가 따로 있음에도 계약서 관련 법률 자문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화랑은 고문변호사조차 없다.

미술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도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이병창 변호사는 법조계에 극히 드문 미술학도 출신이다.

조균석 변호사는 문화·예술 분야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을 지낸 인연으로 올 3월부터 한국화랑협회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특허 지식재산권 등에 특화한 법무법인 아주의 김진한 대표변호사는 한국미술협회 고문변호사로 전시회 관련 각종 법률 자문을 도맡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최영도 변호사는 1500여점의 토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미술품에 조예가 깊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