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워'가 역대 국내 영화 중 관객 동원 5위에 랭크된 저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평론가들의 혹평 속에서도 이 같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데는 참여와 공유를 강조하는 '디지털 소비자'의 힘이 컸다는 게 제일기획의 진단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소비자들이 평론가와 대등한 위치에서 상반된 의견을 내 여론몰이에 나선 게 흥행 성공을 불러왔다는 것.

제일기획은 17일 서울 신천동 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리더스 포럼'에서 '웹 2.0시대에 소비자 2.0 파헤치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5∼6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13∼54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분석,소비자들을 '디지털화(化) 정도'에 따라 '아날로그 소비자' '디지털 소비자 1.0''디지털 소비자 2.0'으로 나눴다.

전체 인구의 15.8%를 차지하는 디지털 소비자 2.0은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디지털의 장점을 일상생활에 적극 활용하며 △의견이나 생각을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반면 사용 중인 디지털 기기가 3개 이하이고 인터넷이 끊겨도 불편하지 않은 소비자를 '아날로그 소비자'(11.5%)로 정의했고,디지털 소비자 2.0이 올린 글이나 정보를 이용하는 전체 소비자의 72.7%를 디지털 소비자 1.0으로 규정했다.

디지털 소비자 1.0은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수용형 소비자'인 반면 디지털 소비자 2.0은 관심사나 주장을 직접 콘텐츠로 제작해 주위에 개방하고 널리 공유하는 '창조형 소비자'라는 게 차이점이라는 설명이다.

영화 '디워'의 흥행 성공이 디지털 소비자 2.0이 가진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디워'는 8월1일 개봉과 함께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관람객 800만명을 돌파했고,지난 14일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첫 주말 박스오피스(영화 관객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디지털 소비자 2.0들은 또 휴대폰 메신저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가족끼리 더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세대 차이를 극복해 나간다.

소비의 경우 남보다 더 빨리,더 자주 제품을 구입하고 제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또 기업의 영향력과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기업관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는 이들의 특성을 감안,창조적 협력에 바탕을 두고 경영과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게 제일기획의 설명이다.

박재항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디지털 소비자 2.0은 세대 간,기업과 소비자 간 소통과 화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은 판매와 경쟁의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협업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