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哲 鎬 <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ilpa-song@ombudsman.go.kr >

"99살까지 88(팔팔)하게!" 중학교 동기가 이메일을 보내올 때마다 마지막 부분에 빠뜨리지 않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이 구호는 이미 고전이고,요즘은 그 뒤에 따르는 여러 말의 변용이 술자리 안주감이다.

현대인의 나이 혹은 죽음에 대한 오만한 자세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피터 슈워츠라는 미국의 미래학자는 140세가 평균수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9·11 테러사건을 예견했을 정도로 족집게 도사이고 항 노화치료약이 곧 시판될 것이라는 구체적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무시할 수도 없다.

정말 인간이 140세까지 살게 되는 걸까.

그러면 도대체 우리네 인생은 그 길고 긴 노후생활을 어떻게 꾸려가야 한단 말인가.

영국 극작가 버트란드 러셀은 "젊은이들이여,우리 노인들을 불쌍히 여기지 말라.우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욕망의 크기를 서서히 줄여왔기 때문에 삶에 대한 불만도 그만큼 적단다"고 했다던데,현대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이여,우리 노인들을 불쌍히 여겨다오.우리 노인들은 오래오래 삶을 꾸려가야만 하니 당신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단다"고 하소연해야 되지 않겠는가.

나는 노후생활에 대비해 남다른 비책을 준비해 왔다고 자부한다.

4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끊임없이 속삭여온 말이 있다.

십일조! 바로 그것이다.

"얘야,학원비니 용돈이니 달라고 하면서 주눅 들고 미안해 할 것 없단다.

민법 974조에 부모의 자녀 부양의무라는 것이 있단다.

그런데 말야,네가 돈벌고 부모가 힘이 없을 때는 네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단다.

그러니 돈을 벌게 되면 그중 십분의 일만 내게 갖다 바치면 돼."

아이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이제 돈을 벌게 될 문턱에 이르자 지금까지의 약속이 유효한지 확인하려고 든다.

그러면 나는 단호히 말한다.

"얘야,지금까지 나와 한 약속은 민법 977조의 협정과 같은 거야.만약 결혼할 배우자감이 생기면 꼭 이것부터 확인해라.두 사람의 수입을 합해서 십분의 일을 떼어내고 그것을 반으로 갈라 양가 부모에게 바쳐야 된다고."

그런데 최근에 엉뚱한 고민이 생겼다.

피터 슈워츠 때문이다.

만약 내가 140세까지 산다면 우리 아이들은 110세 전후,그들의 자식들은 80세 전후가 된다.

결국 50세 전후의 후손인 증손자들이 돈을 벌어 십일조를 내야 되는데,그가 한달에 100만원을 번다면 내게 돌아오는 십일조는 단돈 1000원밖에 안된다.

이것 가지고 어떻게 살란 말인가.

아무래도 그동안 내 전략을 변경해야 될 것 같다.

민법 977조상의 협정을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수정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