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전략 컨설팅회사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칼 스턴 이사회 의장(전 회장)은 "성숙했다고 생각되는 산업에도 성장의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업무 점검차 방한했던 스턴 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이 포화됐다고 여겼지만 도요타라는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자동차 산업을 재편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스턴 의장은 "당시 한 자동차 전문가가 '도요타를 시승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문을 닫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었다"며 "이 같은 개선 여지가 바로 성장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스턴 의장은 "전자와 유통 산업도 모두 성숙한 시장이었지만 삼성전자와 월마트는 시장을 재창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스턴 의장은 "고유가,포화된 시장,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환율과 같은 외부 환경은 기업의 전술을 바꿀 수는 있지만 이에 따라 전략까지 바꿔선 안 된다"며 "경영 환경보다는 우리의 경영 입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과 관련,스턴 의장은 "불과 5년 전 아시아 기업들은 '우리가 과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해외 법인,그리고 인수한 해외 기업들과의 문화적 통합을 걱정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고객들이 조언을 구하면 늘 '글로벌화의 키워드는 현지화'라고 강조한다"며 "GE,IBM,펩시 등 글로벌화에 성공한 미국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라고 말했다.

스턴 의장은 "한국 기업은 문화적 통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글로벌 M&A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두려워하기에는 세계적으로 너무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M&A를 진행할 경우 언어 장벽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데,문화적 통합에는 언어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공식(formula)이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스턴 의장은 "인수 기업이건 피인수 기업이건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심리적 동요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이 때 공정한 인사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스턴 의장은 "사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글로벌 M&A가 같은 지역 내 M&A보다 더 쉽다"고 말했다.

"역내 M&A의 경우 스태프(staff) 등 중복되는 조직을 합칠 필요가 있지만 보통 양사 체제가 유지되는 글로벌 M&A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스턴 의장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BCG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BCG 이사회 공동 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글=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