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동남아 저가항공 '주의보'…사고 빈발로 안전문제 도마위에
역시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태국 푸껫 공항에서 16일 '원-투-고(One-Two-Go)' 항공사 소속 MD-82 여객기가 충돌, 88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저가 항공사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저가 항공사들과 관련한 여객기 참사가 잇따르고 있어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BBC는 17일 '저가 아시아 항공의 고비용(High cost for cheap Asian flight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약 5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 지역에 최근 저가 항공사들이 우후준숙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 항공사의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전체 항공사 수는 10여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가 항공사가 잇따라 설립되며 현재는 전체 항공사 수가 51개에 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다도해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과 항공 경쟁 체제 도입 등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애덤항공을 비롯한 라이언에어,만달라항공과 같은 저가 항공사들의 설립이 잇따랐다.

이웃 나라인 태국의 경우엔 오리엔트 타이와 자회사인 원-투-고,녹항공 등의 저가 항공사가 급성장세에 있다.

문제는 그만큼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는 것.2007년 새해 첫날에는 인도네시아의 애덤항공 소속 보잉 737-400기가 동부 자바주의 수라바야 공항을 이륙해 2시간 거리의 마나도로 향하던 중 해상에 추락,어린이 11명을 포함한 승객 96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0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동남아 저가항공 '주의보'…사고 빈발로 안전문제 도마위에

이어 3월에는 가루다항공 비행기가 욕야카르타(족자카르타)에 착륙하다 화염에 휩싸여 2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에서만 네 차례의 대형 항공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유럽연합(EU)은 항공당국의 안전 기준과 관리 감독 문제 등을 거론하며 51개 인도네시아 항공사 모두를 역내 비행 금지 항공사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6월25일 캄보디아에선 한국인 피해자도 발생했다.

PMT항공 소속 AN-24기가 한국인 13명 등 승객과 승무원 22명을 태우고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공항을 떠나 시아누크빌로 향하던 중 악천후 속에서 정글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같은 참사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사고 때마다 저가 항공사의 기체 노후화,항공기 보수 불량,안전규정 미준수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새해 첫날에 추락한 애덤항공 비행기는 제작된 지 17년 된 노후 기종이었으며,캄보디아의 PMT항공 AN-24기도 러시아 여객기인 TU-134 TU-154 등과 함께 '사고 다발 3대 기종'으로 꼽히는 비행기였다.

이 밖에도 저가 항공사의 난립으로 우수한 조종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항공 관련 전문가들은 "저가 항공사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경험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전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항공사의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은 우수한 조종 인력 확보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