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펄프 직장폐쇄 후폭풍...펄프 수급난에 공장 스톱

한국제지 등 인쇄용지 업체들이 원료업체인 동해펄프 노사 갈등의 유탄을 맞고 있다.

법정관리 업체인 동해펄프의 노조가 지난달 2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데 맞서 사측에서 지난 4일 직장(공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제지업체들이 갑작스러운 펄프 수급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반덤핑 무혐의 판정에 따른 대미 수출 증가와 함께 인쇄용지의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맞은 한국제지 무림페이퍼 계성제지는 이 같은 펄프 공급난으로 추석 연휴 기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인쇄용지 업체들은 예년에는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인 추석연휴 기간에 공장을 보통 정상 가동했다.

지난해 추석 공장을 돌렸던 한국제지는 이번 추석에 공식 연휴기간인 3일을 포함,총 9일간 공장 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월 펄프사용량의 약 18%인 6000t을 동해펄프로부터 공급받아 왔다"며 "현재 물량 공급이 전면 중단돼 펄프 재고 유지를 위해 연휴 기간 가동을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 사용량의 20%인 7000t을 동해펄프로부터 받는 무림페이퍼와 월 1500t(약 10%)을 공급받는 계성제지(남한제지)도 추석 연휴에 3일간 공장을 세운다.

무림페이퍼는 작년 추석에 하루를 쉬었으나 펄프 재고를 늘리기 위해 올해는 3일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월 펄프 사용량의 11%를 동해펄프에서 공급받는 이엔페이퍼도 진주공장을 사흘간 멈추기로 했다.

특히 인쇄용지 업체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후 10월에도 동해펄프 사태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외에 긴급하게 펄프를 주문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펄프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고정 거래처가 아닌 현물시장에서 펄프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입 펄프가격(활엽수를 이용한 하드우드)은 지난해 초 t당 530달러였으나 현재 t당 670달러로 상승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맞은 시점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생겼다"며 "4분기에 일시적인 '종이공급 부족' 현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종이 공급난이 가시화하면서 가격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종이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유일의 펄프회사인 동해펄프는 1988년 부도가 난 뒤 99년부터 채권은행단이 법정관리 중이다.

연간 40만t의 펄프를 생산,국내 수요의 20%를 맡고 있다.

노사 갈등에 따른 직장 폐쇄로 인해 매각작업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