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자인총괄 책임자 피터 파이퍼 수석 부사장은 '명품 벤츠'를 지탱하는 디자인 철학으로 지속성과 연속성을 꼽고 한국 업체들도 정체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파이퍼 부사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명품 차'의 조건으로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디자인의 정체성'을 꼽았다.

그는 "세월이 지나면서 벤츠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누가 봐도 첫눈에 '이게 벤츠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지속성이란 발전된 기술을 적용해 실제 형상이 많이 변하더라도 고유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한 단계 높은 디자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파이퍼 부사장은 현대·기아차가 벤츠와 같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고유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차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며 "시간을 두고 변하지 않는 디자인 정체성을 찾아야 명차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타고 다니는 자동차 브랜드가 자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벤츠가 100년 넘는 역사 속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었듯이 현대·기아차도 소비자에게 무얼 느끼게 해 줄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