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년 만에 주택 청약 제도를 개편해 새로 도입한 청약가점제 시행 첫날인 17일 아파트 분양 신청에 나선 청약자들이 내용을 잘 몰라 건설업체에 문의가 빗발치는 등 큰 혼선이 빚어졌다.

가점을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계산하는 방법과 1순위 청약자격 등이 너무 복잡해 곤혹스러워 하는 청약자들이 많았다.

더욱이 가점제와 종전의 추첨제를 병행하고,모델하우스 청약 대신 인터넷 청약을 확대한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통상 청약일에는 한산하던 건설업체의 모델하우스는 이날 종일 찾아드는 상담객과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가점제가 첫 적용돼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논현힐스테이트와 양주 고읍지구 신도브래뉴 모델하우스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청약 마감 시간 직전까지 1000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등 항목별로 자신이 계산한 청약 점수가 맞는지 등을 물어오는 가점제 관련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국민은행의 청약상담 코너 역시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1주택자들의 경우 이날 추첨제 배정 물량에 1순위 신청이 가능한데도 2순위 청약만 가능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신청자가 의외로 많았다.

신도종합건설 관계자는 "추첨제 방식에서 1순위 요건을 갖춘 신청자가 2순위(18일) 청약 준비를 위해 문의전화를 했다가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 청약하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 경우가 상담객의 절반 정도나 됐다"며 "가점제를 잘못 이해해 이날 1순위 청약을 못한 청약자도 수두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1주택자들의 경우 가점제 아파트는 2순위로 청약할 수 있지만 추첨제 아파트(전용 85㎡ 이하 25%,85㎡ 초과 50%)에는 여전히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가점제 시행에 맞춰 전국으로 확대된 인터넷 청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많았다.

인터넷 상에서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계산 등에 대한 설명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청약 신청을 하다가 전화를 걸었다는 한 청약자는 "1주택자는 추첨제 물량으로 자동 접수되지만 정작 인터넷 화면에는 추첨제 청약을 선택하는 코너가 없어 헷갈린다"며 "추첨제 청약자가 입력할 필요 없는 부양가족 수 등을 쓰는 바람에 몇 번씩 에러가 발생해 애를 먹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정확한 청약 점수 계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모델하우스 상담 창구를 다시 방문하는 수요자들도 부쩍 늘었다.

인천 논현힐스테이트의 경우 이날 오전에만 700여명의 상담객들이 찾아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신이 가점제로 청약할 수 있는 무주택자인지 여부를 가려 달라는 문의가 의외로 많았다"며 "10명 중 4~5명은 아직도 가점제와 관련된 기초 지식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약 점수를 잘못 입력해 부적격 당첨될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을 일정기간 유예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부적격 당첨자의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10년 동안 다른 아파트에 3순위로도 청약할 수 없게 한 것은 과도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파트 분양 때마다 청약신청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던 은행 창구는 인터넷 청약 덕분에 평소와 다름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들은 노인 등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청약자를 대상으로 방문 접수를 받는다.

한편 이날 1순위 접수 결과 인천 논현 '현대힐스테이트'는 전체 567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4087명이 신청,평균 7.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8개 평형 중 7개 평형이 마감됐다.

특히 113.4㎡형은 31.27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고,182.3㎡형은 117가구 모집에 40명이 신청해 미달됐다.

반면 양주 고읍지구 '신도브래뉴'는 738가구 모집에 219명만이 신청해 0.29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8개 평형 모두 미달됐다.

이날 미달된 물량은 18일 2순위 신청을 받는다.

강황식/이정호/정호진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