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기술유출 방지냐… 원가절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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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선(造船)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둘러싼 '득실(得失)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조선 빅5로 꼽히는 업체 가운데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이 해외 블록(선박 조립용 구조물)공장 신·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잔류'를 고수 중인 세계 1위 업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국내 투자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북 군산의 군장국가산업단지(군장산단)에 대규모 블록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부지 매입을 마무리한 뒤 공장 기공식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1조원 안팎을 투자해 군장산단 내 155만2000㎡ 부지에 블록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업계는 물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해외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 업체가 해외 대신 국내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계기로 해외투자의 목적성 및 적절성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조선업체들은 해외 조선소나 블록공장 건설이 원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기술유출로 인한 역풍을 막기 위해선 다소 원가부담이 있더라도 국내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가절감'의 진실게임
주요 조선업체들이 한목소리로 내세우는 해외 진출 사유는 원가절감이다. 중국 옌타이에서 블록공장을 가동 중인 대우조선 관계자는 "중국은 인건비가 국내의 8분의 1 수준이어서 수송비를 감안하더라도 옥포조선소보다 약 30% 원가가 싸다"며 "2010년 연산 20만t 체제를 구축하면 연간 약 700억원가량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각 사마다 영업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해외 공장을 건설해야 원가절감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도 국내 조선업계 중 가장 높은 15%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박엔진,프로펠러 등을 자체 제작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이뤄 임금상승으로 인한 손실분을 상쇄시키고 있다"며 "현대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외 아웃소싱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대의 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조선산업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임금상승 압력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기술유출 '있다' vs '없다'
조선소의 해외 진출로 인해 선박 설계도면과 제조기술 등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으로 넘어가 장기적으로 경쟁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록공장의 경우 블록이 선박의 일부분이긴 해도 공정과 품질을 개선시켜 국내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 전수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조선업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블록공장이나 조선소를 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외 진출 업체의 논리는 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한 철판에 지나지 않는 블록을 가지고 기술유출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기술유출 문제보다는 비용을 절약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궁극적으로 중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STX는 국내의 부지난과 높은 인건비로 인해 고부가가치 선박은 진해에서 생산하고 다롄에서는 벌크선,PC선 등 중국이 이미 제조기술을 갖춘 범용선박을 건조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므로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현대중공업이 '국내 고수'에 대해 1등 회사의 자존심과 여론의 부담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 1위 업체가 원가상승 압력에 밀려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일뿐더러,또 국내 고용창출을 외면했다는 여론의 질타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조선 빅5로 꼽히는 업체 가운데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이 해외 블록(선박 조립용 구조물)공장 신·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잔류'를 고수 중인 세계 1위 업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국내 투자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북 군산의 군장국가산업단지(군장산단)에 대규모 블록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부지 매입을 마무리한 뒤 공장 기공식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1조원 안팎을 투자해 군장산단 내 155만2000㎡ 부지에 블록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업계는 물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해외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 업체가 해외 대신 국내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계기로 해외투자의 목적성 및 적절성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조선업체들은 해외 조선소나 블록공장 건설이 원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기술유출로 인한 역풍을 막기 위해선 다소 원가부담이 있더라도 국내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가절감'의 진실게임
주요 조선업체들이 한목소리로 내세우는 해외 진출 사유는 원가절감이다. 중국 옌타이에서 블록공장을 가동 중인 대우조선 관계자는 "중국은 인건비가 국내의 8분의 1 수준이어서 수송비를 감안하더라도 옥포조선소보다 약 30% 원가가 싸다"며 "2010년 연산 20만t 체제를 구축하면 연간 약 700억원가량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각 사마다 영업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해외 공장을 건설해야 원가절감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도 국내 조선업계 중 가장 높은 15%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박엔진,프로펠러 등을 자체 제작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이뤄 임금상승으로 인한 손실분을 상쇄시키고 있다"며 "현대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외 아웃소싱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대의 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조선산업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임금상승 압력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기술유출 '있다' vs '없다'
조선소의 해외 진출로 인해 선박 설계도면과 제조기술 등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으로 넘어가 장기적으로 경쟁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록공장의 경우 블록이 선박의 일부분이긴 해도 공정과 품질을 개선시켜 국내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 전수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조선업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블록공장이나 조선소를 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외 진출 업체의 논리는 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한 철판에 지나지 않는 블록을 가지고 기술유출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기술유출 문제보다는 비용을 절약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궁극적으로 중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STX는 국내의 부지난과 높은 인건비로 인해 고부가가치 선박은 진해에서 생산하고 다롄에서는 벌크선,PC선 등 중국이 이미 제조기술을 갖춘 범용선박을 건조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므로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현대중공업이 '국내 고수'에 대해 1등 회사의 자존심과 여론의 부담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 1위 업체가 원가상승 압력에 밀려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일뿐더러,또 국내 고용창출을 외면했다는 여론의 질타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