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따로 또 같이…이업종교류 갈수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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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중소기업인들의 이업종교류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중소기업이업종교류연합회(회장 이상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등록을 마친 이업종교류그룹은 모두 2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그룹에 직접 참여하는 업체는 4890개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약 500개 업체나 늘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중소기업들은 주로 동일업종 기업인들끼리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에 치중해왔다.
동일업종끼리 조직화를 해온 이유는 원료공동구매 단체수의계약 등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조업분야에서 메커트로닉스 바이오테크 등 복합산업이 확대되면서 이업종 조직화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화가 추진되면서 소프트웨어개발 등 제조 관련 서비스분야의 사업이 팽창해 같은 업종끼리 모이는 협동조합체제로서는 더 이상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여건에 이르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이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함께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이업종교류사업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리노공업의 이채윤 대표는 특수 구리를 조달해야 반도체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는 뜻하지 않게 이업종교류회를 통해 유럽에서 이를 조달하는 방법을 알아내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검사장비를 개발해낼 수 있었다.
이업종교류회에 모인 기업인들은 이제 정보교환차원을 넘어 각자가 가진 기술을 제공해 새로운 첨단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융합화도 꾀하고 있다.
부산지역에 있는 제노 인펙 등 12개 중소기업은 이업종교류활동을 통해 컴퓨터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체하는 '터치 패널'을 공동으로 개발해냈다.
터치 패널은 컴퓨터 화면을 직접 접촉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입력 장치다.
이들은 기술융합화를 통해 1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용 터치 패널을 생산 중이다.
이들은 이업종교류회에서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술융합화 사업에 착수,1년 6개월 동안 금형설계 사출물제작마케팅 등을 분담해 이런 성공을 거뒀다.
마침내 이업종교류활동을 통해 별도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경남 김해지역에 있는 대양메카텍 삼광정밀 대림비닐 등 경남이업종교류연합회 소그룹 회원사 10여개사와 일본 나노기술 보유업체는 공동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나노코리아란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초미세 분쇄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총 6억9000만원으로 정보융합을 통해 나노 단위의 초미세 건식 분쇄기술을 개발해냈다.
현재 나노코리아는 반도체,전자파 방지재료,도료용 실리카 등 초미세 분말 원료를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대구경북이업종연합회(회장 김은호)는 교류활동을 통해 국제박람회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 연합회는 오는 11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대구에서 국제자동차부품전시회를 개최한다.
이업종교류회가 성공을 거두려면 기업인들간의 만남이 잦아야 한다.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중소기업센터 5층 회의실엔 2주일에 한 번씩 이업종교류 전문가들이 모인다.
이들은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가나가와 지역 기업인들이 이업종교류를 잘 해낼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사람들이다.
일본에선 이들을 '비즈니스 코디네이터'라고 부른다.
코디네이터들은 무엇보다 이업종의 기업인들이 모였을 때는 회의를 잘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참석자가 많아야 한다는 것. 참석자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는 전화로 3번 이상 참석독려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회의가 시작됐을 땐 "이건 안 된다" "바쁘니 다음에 하자" "책임지고 할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된다" "지금하자" "내가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란다.
김대섭 이업종연합회 전무는 "이업종교류회는 책임을 지겠다는 리더가 나타나면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업종연합회도 이상연 경한코리아 대표가 회장을 맡고나서부터 리더십을 발휘해 교류활동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상연 회장은 "특히 오는 10월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이업종교류회에 당초 50명의 중소기업인들을 모집해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240명이 신청하는 등 참여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이업종교류회는 일본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조직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이업종연합회는 이업종교류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교류활동에 대한 정책지원 등을 강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업종교류자문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뛰어난 이업종리더를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 이업종연합회는 10월 16,17일 이틀간 무주리조트에서 이업종리더혁신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