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日정치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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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의 젊은이 거리인 시부야.새 총리를 뽑는 23일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의 첫 합동유세전이 벌어졌다.
유세장엔 1만3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두 후보의 정견 발표에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일찌감치 후쿠다 전 장관의 압승이 예상돼 싱거운 선거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그래도 뜨거웠다.
아베 총리의 전격 사퇴로 시작된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일본 정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파벌정치다.
아베 총리 사임발표 직후 후임엔 자민당 내 2인자인 아소 간사장이 가장 유력했다.
그러나 의원 80명을 거느린 자민당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가 후쿠다 전 장관을 추대하면서 판세는 하루밤 새 180도 바뀌었다.
마치무라파가 깃발을 들자 군소파벌들도 '대세'를 인정하며 후쿠다 지지로 돌아섰다.
아소 간사장은 "후보 정견도 듣기 전에 파벌들이 담합했다"고 반발했지만 그게 일본 정치의 현실이었다.
또하나 특징은 총리 집안 출신들의 대결이란 점이다.
자민당 파벌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후쿠다 전 장관은 고(故)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장남이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일본에선 처음으로 '부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아소 간사장은 일본 현대정치의 뿌리로 불리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사위다.
평생 유지해온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당연시되는 일본 정치문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쁘게 말하면 세습정치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일본 정치를 후진적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됐든,일단 선거전이 벌어지면 이들은 철저히 노선과 정책으로 싸운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시아 중시 외교냐(후쿠다),미국 일변도 외교냐(아소) 등 매니페스토(공약 대결)는 있지만, 상대방 비방이나 비리 폭로전 같은 네거티브 전략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막판 폭로전으로 끝까지 조마조마한 한국 선거판도 다른 건 몰라도 이 점만은 배웠으면 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유세장엔 1만3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두 후보의 정견 발표에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일찌감치 후쿠다 전 장관의 압승이 예상돼 싱거운 선거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그래도 뜨거웠다.
아베 총리의 전격 사퇴로 시작된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일본 정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파벌정치다.
아베 총리 사임발표 직후 후임엔 자민당 내 2인자인 아소 간사장이 가장 유력했다.
그러나 의원 80명을 거느린 자민당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가 후쿠다 전 장관을 추대하면서 판세는 하루밤 새 180도 바뀌었다.
마치무라파가 깃발을 들자 군소파벌들도 '대세'를 인정하며 후쿠다 지지로 돌아섰다.
아소 간사장은 "후보 정견도 듣기 전에 파벌들이 담합했다"고 반발했지만 그게 일본 정치의 현실이었다.
또하나 특징은 총리 집안 출신들의 대결이란 점이다.
자민당 파벌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후쿠다 전 장관은 고(故)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장남이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일본에선 처음으로 '부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아소 간사장은 일본 현대정치의 뿌리로 불리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사위다.
평생 유지해온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당연시되는 일본 정치문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쁘게 말하면 세습정치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일본 정치를 후진적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됐든,일단 선거전이 벌어지면 이들은 철저히 노선과 정책으로 싸운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시아 중시 외교냐(후쿠다),미국 일변도 외교냐(아소) 등 매니페스토(공약 대결)는 있지만, 상대방 비방이나 비리 폭로전 같은 네거티브 전략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막판 폭로전으로 끝까지 조마조마한 한국 선거판도 다른 건 몰라도 이 점만은 배웠으면 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