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골프장으로는 드물게 '클럽챔피언'을 선발하는 경기도 포천 베어크리크GC(36홀)에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고수'가 있다.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국내총판인 ㈜디엠아이시스템즈와 대용량 디스크 제작회사 EMC의 한국딜러인 리딩포인트㈜를 운영하는 이남배 사장(53)이다.

이 사장의 골프입문 동기는 색다르다.

1991년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입학금을 들고 수강신청하러 가던 도중 친구의 권유를 받고 입학금으로 골프채를 구입했다.

입문 뒤 6개월 정도 레슨을 받으면서 골프의 맛을 알게 됐다.

"클럽으로 볼을 치다 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군요.

너무 재미있어 골프에 빠지게 됐지요."

그는 1년6개월 만에 첫 '싱글 스코어'를 냈고 만 4년이 지나 완벽한 '싱글'에 진입했다.

그러나 70타대를 치면서도 항상 라운드를 나가면 불안했다고 한다.

'오늘도 70타대를 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긴장했고 잘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싱글이 된 뒤에도 경기내용에 만족할 수 없었어요.

'왜 골프가 뜻대로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죠.스윙에도 공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레슨을 받고 골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난 레슨프로와 함께 1년간 스윙 분석에 들어갔다.

그립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등 스윙의 기본을 다시 점검했고 3주간 미국 골프아카데미에서 단기 교육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선 영어가 달리니까 강의를 녹음해 듣곤 했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자 심리적으로 안정됐습니다.

불안감이 없어지고 골프가 쉬워졌어요.

잘쳤든 못쳤든 스코어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더군요.

그랬더니 스코어가 70타대 중반을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언더파 스코어도 나왔고요."

예전과 달라진 점은 스윙의 매커니즘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라고 답했다.

그는 "골프의 문제점은 자신의 스윙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어떻게 스윙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보기플레이어'가 될 때까지는 '양적인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 이상부터는 '질적인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골프에 익숙해져 있지만 실력이 늘지 않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스윙의 매커니즘을 모르는 채 스윙기술만 익히기 위해 연습장을 찾기보다는 골프교습서를 읽으면서 이론적인 배경과 정신적인 무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