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都 洙 < 보성파워텍 회장 dslim@bosungpower.co.kr >

얼마 전 몇몇 유명 중소기업들이 부도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절차 등을 모색하는 걸 보면 같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30년째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기업이란 것이 인생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청년기를 지나 중·장년기를 거치다가 종국에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기업도 창업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면 매한가지인 것 같다.

사람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항상 배우고 규칙적인 운동과 올곧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지만,절제되지 않고 즉흥적이면서 방종의 삶을 사는 사람의 종말은 불을 보듯 뻔한 것과 같이 기업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말 소규모로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른 문제들은 차지하고서라도 운용자금 문제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특히 기술에 대한 자신감,성공하겠다는 열정 하나로 몇날 며칠 금융기관 문턱이 닳을 때까지 방문하고 담당자를 설득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하지만 나만 바라보고 사는 가족과 직원들의 믿음은 나약해지는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신뢰가 쌓이고 우리의 기술력과 열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다.

그 후 별 어려움없이 성장하던 우리 회사는 IMF 외환위기 때 또 한 번 심각한 부도위기를 겪게 됐다.

일시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어려워져 부도 직전의 위기로 내몰리게 되었고,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부도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 때 우리가 믿고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신뢰뿐이었다.

하늘이 도운건지 운이 좋았는지는 몰라도 금융기관이 외면하지 않았고,일면식조차 없던 사람들까지도 나서 우리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이는 것을 보고 기업 경영에서 신뢰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이런 저런 일들을 돌이켜보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왔다.

'인생사 세옹지마'란 말처럼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따뜻한 봄날도 있고,한겨울 폭설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자는 신뢰와 책임감,소명감이 있어야 한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폭설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슬기로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