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Ugly Betty)의 주역 아메리라 페레라가 제59회 에미상(Emmy Awards) 코미디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어글리 베티'는 제목 그대로 못생긴 베티가 패션잡지사에 취직해서 겪는 온갖 에피소드를 다룬 TV연속극.국내에서도 2∼7월 KBS 2TV에서 방송돼 관심을 모았다.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작 '나는 못생긴 베티'를 ABC TV가 리메이크했다는데 미국은 물론 각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조만간 시즌 2가 나온다는 마당이다.

베티는 가난하지만 착한 주인공.똑똑하고 반듯하지만 촌스러운 외모 때문에 취직을 못하다 우연히 유명잡지'미드'의 편집장 비서가 된다.

게다가 편집장은 회장 아들.여기까지는 국내에 흔하디 흔한 신데렐라 드라마의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용은 영 딴판이다.

베티는 하루 아침에 미인으로 변신하지 않는다.

치아 교정기를 빼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벗으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미녀는 괴로워'에서처럼 미인으로 바뀔 것같진 않다.

무엇보다 회장 아들과 밀고 당기는 사랑놀음 끝에 신데렐라가 되지 않는다.

시작이야 남장여자든 중국교포든 상관없이 종국엔 그저 백마 탄 왕자의 무조건적 사랑 덕에'팔자를 고친다는'국내 드라마와 다르다.

회장 아들이 베티를 도와주기는커녕 베티가 말썽만 피우는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기 바쁘다.

드라마는 둘의 로맨스가 아닌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갈등,직장 내 치열한 경쟁과 줄서기,판매 증진을 위한 편법과 속임수,직장여성의 애환 등 조직과 인간 관계에 촛점을 맞춘다.

부모자식 간 의사소통 부재와 홀부모의 어려움 등 어느 사회에나 있을 법한 가족 문제 또한 꼼꼼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물론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진 않다.

그러나 편안하고 친근해보일지언정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여배우가 주연을 맡고 큰 상도 받는 건 남의 나라 일일망정 보기 좋다.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빽과 미모가 아니라 진실을 보는 맑은 정신과 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괜찮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