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표적인 석학 이토 모토시게 NIRA이사장ㆍ도쿄대 교수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세계 경제엔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한국 기업들은 유연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56) 일본총합연구개발기구(NIRA) 이사장 겸 도쿄대 교수(경제학)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인 소비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토 이사장은 중국 경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 등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며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참여정부는 부동산시장 노동시장 등에 지나치게 개입해왔으며 그 효과도 의문스럽다"며 "다음 정권은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일본 NIRA,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DRC)과 17일 공동 개최한 '한·중·일 FTA에 대한 가능성과 전망'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NIRA는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됐다. 위기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는가.

"서브프라임 사태는 고성장에 따른 금융시장의 과열 때문에 나타났다.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는 게 더 문제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관건이다. 이번 위기의 원인은 단순히 서브프라임 이슈가 아니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크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미국의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 기인한 것이다. 만약 미국의 부동산 경기 및 자산 하락이 이어져 성장 동력인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다면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피해는 현재까진 미국과 유럽 은행의 문제이며 아시아 은행은 별로 연관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적인 호황이 끝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부분적으로 옳다. 그러나 호황은 유동성뿐 아니라 펀더멘털,즉 생산성 증가에도 힘입은 것이다. 정보기술(IT) 발달과 세계화 등으로 인한 생산성이 높아졌다.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지만 생산성 개선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경기의 과열로 중국 정부가 또 다시 금리를 올렸다.

"중국 정부의 이자율 조정은 경기 조절에 별 영향력이 없었다. 중국엔 노동력과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10년 정도는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바로 환율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 확대를 위해 환율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엄청난 달러를 쌓고 있다. 이 의미는 정부가 외환을 다 사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풀린 돈은 중국 경제에 과잉유동성을 제공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상당한 거품이 생겼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 전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행히도 언젠가 거품이 터질 것이다. 이를 멈추게 하려면 위안화 절상밖에 없고 중국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국 정부가 절상을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버블이 조정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헤지펀드들이 위안화를 집중적으로 매입,절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헤지펀드 때문에 일어났다."

―일본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호황은 끝난 것인가.

"지난 분기 성장률이 조금 떨어진 것은 그 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침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경제는 건강하다. 버블 시기 10~15년간 구조조정을 마친 기업들은 계속 고용과 수출,성장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위험 요소가 있다면 금리 문제다. 만약 중앙은행이 급격히 금리를 높인다면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기적인 위험 요소로 정부지출 축소다. 거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축소한다면 소비에 영향을 미쳐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중·일 FTA가 가능한가.

또 2004년에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한·중·일 FTA는 성장의 기회지만 각국의 국내 정치사정 때문에 현재로선 어렵다. 일본도 참의원 선거 참패를 겪은 자민당이 FTA를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한·일이든,한·중이든 두 나라가 먼저 FTA를 맺고 3국 FTA로 확대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장기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 FTA 체결이 일본에 영향을 줬는가.

"큰 영향을 줬다. 이전엔 미·일 FTA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지만 이제 정부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항상 국내 정치가 문제지만 정치인들도 FTA를 생각하게 됐다. 한국의 FTA 추진력에 놀랐다. 한·미 FTA를 통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볼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가 온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경제 위기는 위험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나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는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비해서 한국기업들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를 다각화해서 중국뿐 아니라 유럽,아세안 등 다른 시장에도 투자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도 대응하고,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 품목도 다양화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기업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한국 기업은 의사결정이 빨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일본 기업은 느려졌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등에서 세계 우위를 차지하는 이유다. 한국의 단점은 산업구조다.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일본은 중소기업이 많고 대기업과 상생한다. 한국 대기업은 일본 중소기업을 이용해 성장해왔다. 삼성 휴대폰을 보면 일본 부품이 많다. 그래서 서로 협력해야 하고 FTA가 필요한 것이다."

-원·엔 환율이 700~8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약한 엔은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도 제로금리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현재로선 일본은행이 이자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다. 일본 금리는 현재 0.5% 수준인데 일본은행이 올려봐야 향후 6개월 안에 0.75% 정도로 높일 것이다. 이자율이 높아져야 엔 캐리 자금이 반전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 캐리 자금이 급작스럽게 회수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별로 없다."

-10월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흥미있는 이벤트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열려 합의가 이뤄진다해도 한국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반도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변화는 바람직하지만 한국이 홀로 모든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마도 좀 더 많은 교류,경제협력 등이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한국의 다음 정권이 해야할 일이 있다면.

"FTA 등을 통한 자유화를 지속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 같은 중간 규모 국가에 매우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노동,부의 분배 등에 강력하게 개입해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간섭은 좋지 않으며 시장엔 자유화가 가장 좋은 답이다. 현 정권의 개입도 별로 잘 작용한 것 같지 않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고 한다) 한국의 부동산 값은 엄청나게 오른 상태다. 오를 만큼 올라 간섭이 없었어도 안정을 찾았을지 모른다. 미국을 보면 정부 간섭 없이도 부동산이 꺾이기 시작했다."

글=김현석/사진=강은구 기자 realist@hankyung.com

[ 약력 ]

△1951년 시즈오카현 출생
△도쿄대학 경제학부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학 대학원 박사
△일본은행 근무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
△일본은행 통산성 재무성 내각부 등 다수의 정부 위원회 참여
△총합연구개발기구(NIRA)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