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巖 < 홍익대 교수·경제학 >

"우리는 지금부터 어느 위대한 장군의 몇 년 전 말이 진실이라는 결의를 다지며 단결해야 합니다.

승리 외에는 대안(代案)이 없습니다." 이 말은 1976년 미국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로널드 레이건이 패배를 인정하며 행한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 연설은 경선에서 간신히 이긴 포드 대통령의 요청으로 갑자기 이뤄졌는데,전당대회에 운집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명연설로 잘 알려져 있다.

"승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 맥아더 장군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는 전쟁에는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이며,특히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는 전쟁에는 승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외쳤다.

지난 8월 한나라당 대선(大選) 후보 경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도 "당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그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주시길 당부드린다"며 경선 승복연설을 마쳤다.

로널드 레이건의 1976년 경선 승복연설의 마지막 대목을 2007년에 다시 들어보는 듯하다.

'승리'와 '정권교체'는 대선의 '키 워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부터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승리를 위한 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물론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그런데도 승리해야 하며,그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 왜 그런가? 대통령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노선(路線)이 너무나 다르고,서로 상대방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할 때 대선에서 승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가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 노선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격돌할 것인가?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경제 공약(公約)을 놓고 살펴 보면,겉으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경제성장률 공약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향후 7% 경제성장을 제시하고 있고,대통합민주신당의 주요 후보들도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률 목표를 보면 여야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성장이 분배(分配) 문제와 얽히면서 여야의 입장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은 야당인 한나라당보다 높은 7% 경제성장을 공약했으나 이번에는 야당보다 낮은 6% 경제성장을 공약하면서 분배 문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은 과거 분배정책의 성과를 비판하면서 여당의 분배정책 아래에서는 6% 경제성장도 어려울 것임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이미 여당 후보들은 감세(減稅)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며,감세 공약을 인기영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포문을 열어 놓았다.

다만 대선을 100일도 남겨 두지 않은 지금까지 여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진검 승부'가 늦춰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미국과 달리 각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러닝 메이트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당내 경선 후 대선 승리를 위한 러닝 메이트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당이든 경선이 치열할수록 후보들간 협력과 공조(共助)가 대선 승리를 담보하게 만든다.

이미 경선이 끝난 한나라당의 경우를 예로 들면,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정책 공약에는 차이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으므로 정책을 조율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화합과 단결'을 이뤄야 할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승리 외엔 대안이 없다'고 했지만 정작 본선에서 그는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당선시키지 못했다.

포드 대통령은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에게 '2%가 부족'해서 지고 말았다.

박빙(薄氷)의 승부를 펼쳤던 공화당 전당대회와 이후 원만하지 못했던 포드와 레이건의 관계를 패인(敗因)으로 들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