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기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 설비투자 동향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버팀목이 돼야 할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쇠퇴일로여서 우려가 더욱 크다.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한 자릿수로 추락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마이너스로 반전(反轉)됐다.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세다.

지난해 기업 해외투자는 184억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104%나 늘어났다.

투자를 해도 해외에만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기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기업 의욕이 얼마나 저하돼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어디 그 뿐인가.

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반기업정서가 만연해 있고,특히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래 가지고는 국가의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지도자가 국민들의 전폭적(全幅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첫째,불요불급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할 구상을 밝혀야 한다.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미줄 규제를 내몰지 않고서는 기업가 정신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십 개 이상의 도장을 필요로 하는 공장 신증설 인허가에서부터 수도권 집중억제,출자총액제한,금산분리,과도한 환경관련 규제 등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하이닉스의 구리공정 공장 건설 계획만 해도 온갖 이유로 수없이 연기되지 않았던가.

둘째,기업들을 경영권 불안에서 해방시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들이 외국자본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로부터 느끼는 위협은 보통이 아니다.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보다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에 쏟아붓는 자금이 더 많은 기업자금의 증시 역류 현상이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황금주,포이즌 필,차등 의결권 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을 외면해선 안된다.

셋째,반기업정서를 불식시킬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기업가에 대해 적대적 시각을 가진 곳이 없고,기업의 역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드물다.

이런 풍토에서 창조적 능력을 가진 기업가 양성은 기대난이다.

따라서 학창시절부터 시장경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기업인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 구체적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

이외에도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특히 법인세(法人稅) 인하는 서둘러야 할 사안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이를 외면한다면 외국자본 유치는 고사하고 국내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마저 차단하기 어렵다.

또한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경영권 침해까지 일삼는 강경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선진화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공약을 세심히 살펴본 후 선택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