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의 관세 조기철폐(즉시+3년) 비율이 미국에 줬던 것보다 현저히 떨어져 심히 실망스럽다."(베르세로 EU 수석대표)

"우리 수정안이 실망스럽다는 당신의 발언에 한국협상단은 '놀랄' 정도로 실망했다.

무관세 품목 비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타결된 한·미 FTA 양허안을 비교 잣대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김한수 한국 수석대표)

17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3차 협상 첫날 전체회의가 열린 벨기에 셰라톤브뤼셀호텔 네이션스룸.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 속에 시작된 한·EU FTA 3차 협상 첫날 양측은 탐색전도 없이 자동차 비관세 장벽,개성공단 문제 등을 협상 타결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상대를 압박해 들어갔다.

EU 측은 "FTA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심한 반대 속에 협상을 타결하려면 먼저 기술표준 등 비관세 장벽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밝혀 UN ECE(유엔유럽경제위원회)의 자동차 관련 102개 기술표준 도입을 관세철폐와 연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우리 측도 개성공단 특별취급이 성공적인 협상 타결의 전제라고 맞섰다.

이날 상품분과 협상에선 상품 양허안의 수입액 기준 조기 관세철폐율에 대해 양측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EU 측은 관세 및 무관세 품목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우리 측은 현재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만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EU 측 계산법에 따르면 EU 양허안의 조기 관세철폐율은 79%로 우리 측(68%)보다 높다.

하지만 우리 측 논리를 적용할 경우 EU와 한국의 조기 관세철폐율이 56% 대 58%로 역전된다.

이런 차이는 양측의 수출액 기준 무관세 품목 비율에서 비롯된 것.한국의 대 EU 무관세 수출품 비율은 50%를 웃도는 데 반해 EU의 경우 그 비율이 26%에 그치고 있어 양측 모두 유리한 방식으로 조기 관세철폐율을 계산한 결과다.

김한수 대표는 이와 관련,"관세부과 품목만 놓고 조기개방 비율을 따지면 우리 측 안이 더 앞서고 있어 EU 측 안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는 농·축·수산물 분야 협상에서 EU 측은 다시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우리 측에 요구,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EU 측은 "농·축·수산물에 대한 한국 측의 민감성은 고려한다"고 하면서도 포도주 위스키 돼지고기 초콜릿 치즈 등을 조목조목 예로 들며,한·미 FTA 수준으로 관세철폐 시기를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측은 이들 품목을 10~20년 장기 관세철폐 품목으로 분류해 둔 상태다.

돼지고기의 경우 EU 측은 미국에 적용했던 냉동육 7년,냉장육 10년으로 관세철폐 기시를 당겨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미국보다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관심품목이 적은데도 한·미 FTA와 단순히 비교해 차별적으로 취급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EU 측은 원산지 표시와 관련,식품이나 패션제품은 제외하더라도 일반 공산품엔 'Made in EU' 표시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원산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비슷한 사례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달라"고 반박했다.

브뤼셀(벨기에)=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