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국외 여비 3억원 이상을 지출한 204개 기관 중 중앙부처 6곳,지방자치단체 8곳,공공기관 16곳 등 예산규모 상위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실시한 '공무 국외여행 실태감사' 결과를 18일 중간 발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지방의회 의원,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해외출장 행태는 지난 5월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공기업 감사들의 '이과수 폭포' 관광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 멋대로' 출장 계획

A기관 및 산하기관 직원 53명은 3팀으로 나눠 지난해 8월28일부터 9월6일까지 10일간 프랑스,그리스,터키 등을 방문했다.

그러나 방문도시의 시청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받고도 출장 승인을 받았다.

이 기관은 경기도와 산하 시·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일정을 임의로 바꾸거나 허위로 출장계획서를 짠 사례도 적발됐다.

B기관의 모 센터 모 과장은 국제기구 포럼에 참석한다면서 스위스와 벨기에를 방문했지만 포럼은 이미 출장 전에 종료된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으로 알려진 C기관은 지난해 해외 자료수집 및 단기연수자 107명 중 66명(62%)이 간병휴가 등을 내 출장 일정보다 1∼12일 일찍 출국하거나 늦게 귀국했다.


◆업무보다는 관광·골프

D기관은 '선진 지방공기업 경영기법 습득'을 위해 지방공사와 공단 경영진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6차례에 걸쳐 평균 11.3일의 해외연수를 주관했다.

하지만 실제 외국기관을 방문한 날은 평균 3.2일에 그쳤고 관광이 주된 일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E기관은 직원 10명과 거래업체 직원 27명이 참여하는 국제워크숍을 지난 4월 말 이틀간 일본 후쿠오카에서 가졌으나 계획된 강의시간(7시간)을 180분으로 줄이고 대신 골프를 쳤다.

서울시 의회로 알려진 한 지자체 의회는 8개 상임위가 합의해 격년제로 해외 시찰을 실시하고 있지만 시찰 지역이 대부분 유명 관광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칙적인 출장비 마련

출장 경비를 변칙적인 회계처리로 조성하거나 기금예산을 동원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 기관 부기관장은 지난 1월 말 10일간 유관기관 소속 2명과 5700만원을 들여 이집트와 요르단 등을 관광했다.

경비는 허위 국내 출장을 달아 3000만원을 추가 조성했다.

모 기관의 모 부장 등 220명은 2005년과 2006년 직원 해외연수 명목으로 8∼10일간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을 관광했다.

4396만원에 달하는 여행경비는 모 기금에서 부당하게 조달했다.

가스안전공사로 전해진 모 기관의 모 실장과 상급 기관의 관련업무 담당자는 2005년 10월 중 8일간 사례 조사차 연구 용역업체 직원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경비 800만원은 용역업체가 부담했다.

한국전력과 증권예탁원 임원들은 해외 출장시 1등급 항공기 좌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실태에 따라 앞으로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해외 출장을 엄정 관리하고,해외 출장 심사도 더욱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키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