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정치 후원금 외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8일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에 소환돼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밤 10시쯤 귀가 조치됐다.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증거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7,8월 김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주선해준 대가로 수천만원의 사례비를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이날 조사한 내용과 증거관계,법리 검토 등을 거쳐 19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을 19일 다시 소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를 할 경우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서 정 전 비서관이 혐의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며 "김상진씨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주요 혐의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고 밝혀 수사가 순탄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정 전 비서관은 2003년 정치 후원금으로 2000만원을 받은 것 외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줄곧 부인해왔다.

기회있을 때마다 떳떳하다는 입장이었다.

도덕성과 청렴성으로 새 정치를 펼치겠다던 '386정치인' 중 한 사람인 그는 자신만만했다.

최근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중앙 3개 신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자신이 직접 고소장을 들고 검찰에 가기도 했다.

소환 당한 이날에도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12일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과 검찰이 집중 추궁하더라도 잘만 버티면 내 홍보 효과가 몇 억짜리냐 이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청와대는 또 한번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부산 인맥 중 한 사람이었던 정 전 비서관이 세무조사 무마로비 주선사례비를 받았다는 점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측근비리'라는 표현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