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제일 많아… 지구온난화 주범
'아까운 천연가스를 그냥 태워버리다니….'
경제활동에 쓰이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버리는 천연가스가 많아 자원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에너지기업들이 일부러 태워버린 천연가스는 400억달러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년 전인 2004년에 비해서는 14% 늘어난 수치다.
국가별로는 나이지리아가 241억㎥(2004년 기준)를 대기 중에 날려보내 '최대 천연가스 낭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러시아(149억㎥) 이란(133억㎥) 이라크(86억㎥) 앙골라(68억㎥)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상당수 에너지기업들이 천연가스를 뽑아내자마자 그대로 태워버리는 이유는 천연가스를 수송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천연가스는 보통 석유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데,석유에 비해 파이프라인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별도의 인프라를 갖추면 되지만 돈이 많이 든다.
최근에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저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경우가 많아 가스관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욱 늘어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냥 버리는 게 이득인 셈이다.
허공으로 날아간 천연가스는 지구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천연가스 연소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이런 식으로 뿜어져나온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각국 정부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크렘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낭비는 이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천연가스를 지나치게 많이 태워버리는 에너지기업들에는 무거운 벌금을 물리거나 심할 경우 석유 채굴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천연가스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기업들이 석유를 캐기 위해 점점 더 오지로 들어가거나 바다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