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등 강대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해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이에 따라 한·중·일 3국이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국제금융체제 개편:아시아의 시각'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와세다대 인도경제연구소장)은 "IMF는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국제적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관련해서도 IMF는 미국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이에 따라 아시아지역 국가들 간에 AMF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은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자이고 미국은 세계에서 빚이 가장 많은 나라"라며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도 IMF는 미국의 금융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IMF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개발국들의 이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총재 선출절차를 개혁하고 선진국이나 신흥개발국이나 모두 공평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