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카탈로그를 보면 그 시대에 유행하는 상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신세계백화점이 1965년에 처음 만든 추석선물 카탈로그에는 설탕이 최고의 선물로 올라 있다.

제법 산다는 상류층이 선호해서다.

라면,맥주,비누세트,다리미도 인기 품목이었다고 한다.

고작 농사 지은 햅쌀이나 고추,계란,밀가루 등을 주고 받던 이전에 비하면 큰 변화였다.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기아로부터 해방된 1970년대에는 식용유,조미료,커피세트 등과 합성수지 그릇이 인기를 끌었다.

스타킹과 여자 속옷,화장품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살기가 넉넉해져서인지,선물종류가 1000여종으로 대폭 늘어났고 갈비가 본격적으로 팔려 나갔다.

상품권이 선을 보인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상품권이 새로운 추석선물로 자리 잡았다.

고가제품과 중·저가 선물세트로 양극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뉴밀레니엄시대를 맞아서는 수백만원대의 초고가 선물이 잇따라 나오는가 싶더니,최근 몇년새는 웰빙바람을 타고 친환경 고급 먹거리들도 부상하고 있다.

급기야 올 한가위 카탈로그에는 생수와 소금까지 등장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애용한다 해서 '스타의 물'로 알려진 '피지 생수'와 프랑스 게랑드 지역 천일염으로 만든 '프렌치 소금'이 그것이다.

별 게 다 팔린다고 할지 모르지만 판매실적은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먹거리 불안심리가 생수와 소금으로 이어져 내년엔 어떤 식품이 선보일지 궁금할 지경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각별히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호주머니 사정에 맞춰야 하고,또 받는 사람이 정분을 느끼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부담없이 주고 받는 선물문화가 아쉽기만 한데,물 좋다고 소문난 우리나라에서 값 비싼 외국 생수까지 인기리에 팔린다고 하니 다소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