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전체 상품 양허(개방)안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면 개방에 가까운 양허안을 쥐어 든 EU 측의 공세에 우리 측이 수정안을 내놓고도 몰리는 형국이다.

한국과 EU 양측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셰라톤호텔에서 이틀째 협상을 벌였지만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에 막혀 개별품목에 대한 논의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코러스 패리티'는 "한·미 FTA에서 미국이 얻었던 양허안 수준과의 균형을 맞추라"는 EU 측 논리다.

이날 협상에서 EU 측은 '코러스 패리티' 관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우리 측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우리 측은 한국과 미국,한국과 EU는 교역구조도 다르고 기존 무관세인 분야도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코러스 패리티'를 협상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 측은 이날 자동차 등 일부 관심 품목의 구체적인 양허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EU 측은 "전체 상품 양허안이 미진한 상태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업분야에서도 EU 측은 돼지고기와 포도주 위스키 낙농품 등 자신들의 관심 품목에서 "미국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며 전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로써 이번 3차 협상에서 예정된 이틀간의 상품관세 분야 회의는 개별 품목에 대한 논의를 시작도 못한 채 아무런 진전 없이 종료됐다.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는 "상품분과의 경우 회의는 끝났지만 분과장이나 수석대표 간 접촉을 통해 다음 행동으로 들어갈 공감대를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EU도,우리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난감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양측은 이날 상품분야의 관세 이외에 비관세장벽 통관 무역원활화 서비스·투자 통신서비스 등 9개 분야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국가보조금의 구체적 범위와 적용 대상,분쟁해결 절차를 세계무역기구(WTO)와 FTA 중 어느 쪽을 따를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